알레르기 비염은 성인과 소아 모두에서 가장 흔한 만성 질환 중 하나입니다. 그저 성가신 증상 정도로만 여겨져 치료를 소홀히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제대로 치료하지 않거나 증상이 있더라도 일반의약품으로 스스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레르기 비염은 흔히 기관지 천식, 알레르기 결막염, 부비동염, 중이염, 수면장애 등의 여러 가지 질환들을 동반합니다.
그리고 알레르기 비염의 악화는 동반 질환들을 악화 또는 발생시키며, 이는 단순히 알레르기 비염 치료만으로 호전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알레르기 비염을 별개의 질환이 아니라 알레르기 염증성 전신 질환으로 이해해야 하며, 알레르기 비염을 진단하고 치료할 때 흔한 동반 질환을 같이 평가하고 치료하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 기관지 천식
천식과 비염은 모두 만성 염증성 기도 질환으로 역학, 병태생리, 임상적으로 밀접한 관련성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두 질환이 별개의 질환이라기보다는 표적기관을 달리해 표현되는 동일한 염증반응에 의한 '하나의 기도 질환'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1) 역학
비염은 천식 발병의 중요한 독립적인 위험인자입니다.
일반적인 천식의 유병률이 5% 정도인데 반해서 비염 환자의 10~40%에서 천식이 있고, 천식 환자의 70~80%에서 비염을 동반합니다.
통년성 비염에서 계절성 비염보다 중등증-중증 지속성 비염 환자에서 경증 또는 간헐성 비염에 비해서 천식의 유병률이 높았습니다.
또한 알레르기 비염 환자에서 IgE 항체 수치가 높을수록, 비특이적 기도과민성이 존재할수록 천식의 발병 위험이 높았습니다.
비염은 이미 천식을 동반한 환자에서는 천식 악화인자의 하나입니다. 비염의 악화는 천식의 악화를 유발하며 비염과 천식의 중증도는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비염을 동반한 천식 환자에서는 더 많은 천식 악화와 이에 따른 응급실 방문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러한 결과는 비염을 잘 치료하는 것이 천식 조절에 중요함을 보여줍니다.
2) 병인기전
천식과 비염에서 코 점막과 기관지 점막은 조직병리학적으로 매우 유사하나 다른 점도 있습니다.
기관지에는 기도평활근이 있어 기관지 수축을 유발하는 반면에 비강에는 혈관 네트워크가 발달하여 세혈관 확장에 의한 코막힘을 유발합니다.
천식과 비염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기전은 다양합니다.
▷비강-기관지 반사(nasobronchial reflex)로 코의 감각세포가 자극을 받아 반사궁을 통해 기관지 수축을 일으킨다는 가설
▷비염에 의한 코막힘으로 구강호흡이 증가하여 기관지가 알 레르겐에 과다 노출되어 기도염증이 증가한다는 가설
▷비염의 염증매체들이 후비루를 통해 기관지로 흡인되어 기도 수축 및 기도염증을 유발한다는 가설
▷비강과 기관지가 전신 면역반응으로 서로 연결되어 알레르기 염증반응을 공유한다는 가설
등이 제시되었습니다.
3) 치료
비염과 천식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는 두 질환의 치료지침을 각각 참고하여 같이 치료해야 합니다. 항히스타민제는 천식의 치료에 추천되지 않습니다.
비강 내 스테로이드제는 알레르기 비염뿐만 아니라 천식으로 인한 입원과 응급실 방문 같은 천식의 악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흡입스테로이드보다 천식 치료에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류코트리엔 조절제는 천식과 비염의 치료에 모두 효과적입니다. 천식을 동반한 알레르기 비염의 치료에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천식과 비염의 중증도를 고려하여 타 약제와의 병합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알레르기 면역치료는 알레르기 질환을 완치시킬 수 있는 유일한 치료로써 천식과 비염의 치료에 모두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꽃가루, 집먼지 진드기, 개, 고양이 비듬이 원인 항원일 경우 효과적입니다.
최근에 중증 천식에서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항 IgE 항체도 천식과 비염의 치료에 모두 효과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알레르기 비염 환자를 진료할 때 반드시 천식에 대한 평가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는 문진, 신체검사, 폐기능 검사 등으로 시행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천식 환자에서도 비염의 동반 유무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천식과 비염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에는 두 질환을 함께 치료해야 하며, 두 질환이 동반되어 있지 않다면 향후 발병할 위험성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합니다.
◈ 알레르기 결막염
알레르기 안 질환은 주로 결막염으로 나타나며, 알레르기 결막염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납니다.
대부분은 증상이 경미한 계절성 또는 통년성 알레르기 결막염이고, 그 외 아토피 피부염과 동반된 아토피 각결막염, 주로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봄철 각결막염 그리고 콘택트렌즈 사용자들에서 나타나는 거대 유두 결막염(giant papillary conjunctivitis) 등이 있습니다.
1) 계절성 또는 통년성 알레르기 결막염
흔히 말하는 알레르기 결막염으로 결막이 공기 중의 알레르겐에 노출되었을 때 알레르겐이 결막의 IgE 항체와 결합하여 비만세포로부터 히스타민 등의 여러 가지 매체가 분비되어 발생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알레르기 비염과 동반되어 발견되며, 알레르기 비염의 진단 없이 알레르기 결막염으로만 진단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약 80%의 환자에서 눈 및 코 증상을 같이 호소합니다.
꽃가루 등의 실외 항원에 의한 계절성 알레르기 결막염이 집먼지 진드기 등의 실외 항원에 의한 통년성보다 더 흔하며 증상도 심합니다.
진단은 대부분에서 자세한 병력 청취와 진찰로 가능합니다. 병력에서 알레르기 비염, 천식, 아토피 피부염 등의 알레르기 질환의 유무가 중요합니다.
주로 양안 모두에 증상이 있으며, 눈의 충혈, 소양감, 눈물 흘림, 작열감이 나타납니다. 눈부심 증상은 드뭅니다.
치료는 원인물질을 제거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원칙이며, 약물 치료로는 항히스타민제를 점안액으로 주로 사용합니다.
심한 경우 부신피질호르몬제를 사용할 수 있으나 녹내장이나 백내장 등의 부작용이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인공눈물은 알레르기 항원이나 염증 매체를 희석시키고 씻어내 주어 증상을 다소 완화시킬 수 있으며, 차갑게 보관된 경우에 보다 효과적입니다.
냉찜질 또한 부종을 줄이고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경구 항히스타민제는 알레르기 비염 등 전신적인 알레르기 질환이 동반된 경우에 효과적입니다.
2) 아토피 각결막염(Atopic Keratoconjunctivitis, AKC)
아토피 각결막염은 대개 아토피 피부염과 동반하여 발병하며, 남자가 많고, 10대 후반부터 시작하여 40~50대에서 많이 발병합니다.
알레르기 질환의 가족력이 뚜렷하며, 원추각막, 백내장이 많이 발생되고, 망막박리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으나, 즉시형 알레르기 반응과 지연성 알레르기 반응이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 봄철 각결막염(Vernal Keratoconjunctivitis, VKC)
봄철 각결막염은 양안성의 만성적인 결막염으로 대개 10세 이전에 발병하여 사춘기에 대부분 없어집니다. 덥고 건조한 곳에서 많이 발병하고 남자가 2배 많으며, 가족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토피나 천식, 습진 등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50% 이상에서 점상각막염, 미란(표피까지의 얕은 피부결손), 궤양 등의 각막 병변을 동반합니다.
4) 거대 유두 결막염(Giant Papillary Conjunctivitis, GKC)
거대 유두 결막염은 비감염성 염증 질환으로 거대 유두가 위 눈꺼풀 결막에 나타나는 질환이며, 호산구 내의 탈과립이 증가하여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발생에 있어 남녀 차이나 연령 차이는 없으며, 대부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연성 콘택트렌즈(소프트렌즈), 백내장 수술이나 각막 이식 후 노출된 봉합사, 의안, 공막돌륭술 또는 녹내장 수술 후 사용된 봉합사나 특수 기구 등이 자극을 주어 발생합니다.
*공막돌륭술: 망막박리가 있을 때 눈의 바깥껍질인 공막을 실리콘 밴드를 대어 묶어주어 안구를 조임으로써 망막이 벽에 가깝도록 조정하는 수술입니다.
연성 콘택트렌즈 착용자의 대부분과 경성 콘택트렌즈(하드렌즈) 착용자의 1% 정도에서 거대 유두 결막염이 발견됩니다.
*참고:
1)논문_최정희, 알레르기 비염의 동반질환, 대한내과학회지, 제85권, 제5호, 2013, 457~460p
2)site_알레르기 결막염,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3)site_공막돌륭술, 서울아산병원, 건강정보, 의료정보, 검사/시술/수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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