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불안장애는 다양하고 모호한 신체 증상을 나타내며, 여러 공존 장애가 병행하여 나타나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기가 쉽지 않은 질환입니다.
조기 발병인 경우에는 다른 장애와 공존하는 수가 많아 약 반수의 환자가 다른 정신질환 특히 다른 불안장애나 기분장애를 동시에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범불안장애가 만성화하여 심각한 사회적, 개인적 고통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조기에 진단하여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범불안장애의 치료는 상황에 대한 불안의 위협을 현실적으로 평가하고 위협적인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환자의 능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범불안장애의 치료 계획을 세우기 위해 환자의 증상이 어느 정도 심한지, 동반 질환은 있는지, 정신사회적 스트레스 요인은 어떠한지 등을 파악해야 하며 무엇보다 환자가 어떤 치료를 선호하는가를 알아야만 합니다.
환자에게 범불안 장애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여 질환과 관련된 환자의 믿음을 변화시키고, 약물 치료에 대한 지식을 증진시키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비교적 간단한 면담만으로도 환자가 치료에 대해 보다 변화되고 준비된 자세를 갖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 인지행동 치료
불안의 정도가 경미하고 환자가 극도로 약물 복용을 꺼린다면 먼저 비약물적인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 중 대표적인 것으로 이완 요법과 인지행동 치료 등이 있습니다.
이완 요법과 바이오 피드백과 같은 기법은 환자의 항진된 각성도를 낮추는데 도움이 됩니다.
인지행동 치료는 범불안장애 환자가 자신의 걱정이 스스로 비현실적임을 깨닫고 인지적 왜곡을 교정하여 불안을 조절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을 찾도록 해줍니다.
이를 위해 환자들은 자신의 걱정의 내용과 불안을 유발 혹은 경감시키는 생각이나 감정을 기록하게 됩니다.
그리고 환자는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증거와 반박하는 증거를 나열해 보는데, 치료자는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인지적 왜곡을 교정하도록 돕습니다.
결국 환자들은 “걱정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 불안을 지속시킨다는 것을 배우게 되며, 회피와 꾸물거림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인격장애를 동반하거나, 만성적인 사회적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 심리적 치료를 원하지 않는 경우는 이러한 비약물적인 치료 기법만으로는 대개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합니다.
치료 계획을 세울 때 환자의 가족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대개 범불안장애 환자들은 신체 증상과 같은 위험 신호에 특히 예민하고, 이와 관련된 정보를 잘못 해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족이 제공하는 정보가 진단과 치료에 유용한 역할을 할 때가 많습니다.
또한, 치료 단계에서도 가족들은 환자가 문제 해결 능력을 발달시키도록 도울 수 있고, 환자가 다른 사람과 의 관계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구조적 활동을 제공할 수 있으며, 환자가 걱정을 반추하지 않도록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 약물 치료
내원한 환자를 범불안장애로 진단하더라도 처음부터 단순하게 항불안제만을 처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범불안장애는 재발률이 높고 6개월 이상의 장기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므로 장기적 치료 계획 아래에서 약 물을 선택해야 합니다.
범불안장애 약물치료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만성적 염려, 근긴장, 자율 신경계 과활성 및 불면과 같은 핵심증상의 경감에 있습니다.
장기간 약물을 투여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투약하는 약물은 내약성이 우수하고, 남용, 의존성 및 약물 중단과 관련된 금단증상 등이 적은 약물이어야 합니다.
또한, 범불안장애의 경우 단독으로 존재하기보다 우울증 등 다른 정신장애가 병존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공존하는 질환에도 효과적이면서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장애를 감소시킬 수 있는 약물이어야 합니다.
1)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s)계 약물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은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항불안제입니다.
벤조다이아제핀은 그 자체로 걱정을 감소시키지는 않지만, 각성과 근육 긴장과 같은 신체 증상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비록 대부분의 경우에 수 주 내에 호전되기는 하나 졸음과 기억력 저하 등의 부작용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부작용으로는 장기간 사용하다 중단했을 때 생길 수 있는 금단 현상과 의존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치료 용량 이내의 벤조디아제핀은 의존을 일으킬 가능성은 거의 없으나 고용량으로 장기간 사용한 경우, 알코올이나 약물 남용의 과거력이 있었던 경우나 인격장애가 동반된 경우 등에는 남용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금단 증상으로는 불안, 짜증, 불면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한 경우 경련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금단 증상은 반 감기가 짧은 약물을 고용량으로 장기간 복용했을 때, 약물을 갑자기 끊었을 때 심하게 나타납니다.
금단 증상이 일단 나타나면 약물의 반동 증상인지 원래 불안이 악화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비록 일부 연구에서 장기간의 벤조디아제핀 사용을 지지하는 결과를 내놓기는 했지만, 범불안장애가 흔히 우울증을 동반하는 만성적 질환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항우울 작용이 없고 오히려 장기 투여로 2차적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범불안장애의 장기치료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약물은 효과가 빠르고 투여하기 쉬우며, 특히 범불안장애의 신체 증상에 효과가 좋기 때문에 제한된 기간, 제한된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선택할 만합니다.
특히 치료 초기에 반응 정도를 보다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2) 세로토닌 1A 수용체 부분효현제
이 계열 약물인 부스피론(buspirone)은 1986년 불안장애의 약물 치료로 미국에서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 약물의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초기 임상 연구에서는 범불안장애를 치료하는데 벤조디아제핀계 약물만큼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었습니다.
벤조디아제핀계 약물과 달리 항경련 작용, 근육이완 작용, 수면 작용은 없으며 걱정을 치료해줍니다.
또한, 부스피론은 진정작용이 없고, 인지 기능이나 정신운동 기능에 장애가 적으며, 남용이나 의존 경향도 낮습니다.
그러나 이후 연구에서는 불안장애에 대한 치료 효과에 대해 이렇다 할 결과가 보고되지 못하였는데, 특히 효과 발현에 2주 이상의 많은 시간이 걸리고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복용했던 환자에게는 치료 효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도의 우울증, 특히 불안 우울증의 경우 어느 정도의 항우울 효과가 있다는 연구 보고가 있고, 약물 의존 위험성이 낮다는 점에서 범불안장애의 장기 치료 시에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해 봄직합니다.
3) 항우울제
▷삼환계 항우울제
삼환계 항우울제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범불안장애에 대한 치료 효과가 벤조디아제핀계 약물과 동등하며 장기적으로는 더 우수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범불안장애의 정신적 증상 경감에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졸음, 구갈, 요저류, 변비, 체중 증가 및 진전(떨림)과 같은 항콜린성 부작용과 과량 복용 시 심장 독성 등의 부작용이 있어 그 사용이 제한되고 있으며 특별한 경우 외에는 2차 약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specific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 SSRI)
선택적으로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억제하는 SSRI는 원래 항우울제로 개발되었지만 공황장애, 강박장애, 사회공포증 등 다양한 불안장애에 효과가 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범불안장애로 진단된 8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SSRI인 파록세틴(paroxetine), 삼환계 항우울제 이미프라민(imipramine),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인 디아제팜(diazepam)의 효과를 8주간 비교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파록세틴과 이미프라민이 디아제팜보다 더 효과적이었고 파록세틴의 효과가 가장 빨리 나타났습니다.
디아제팜은 상대적으로 신체 증상에 효과적이었던 반면 파록세틴은 범불안장애의 정신 증상에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내약성이나 부작용 측면에서도 파록세틴은 항콜린성 부작용을 나타내는 이미프라민이나 졸림과 인지기능장애 등이 많은 디아제팜에 비해 가장 우수했습니다.
SSRI를 사용할 때 환자가 세로토닌성 부작용에 민감할 수 있으므로 시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소량부터 사용하여 서서히 증량하는 것이 좋습니다.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으로는 오심, 기면, 구갈, 두통, 성기능 장애, 변비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다른 세로토닌성 약제와 병합 시 중추성 세로토닌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SSRI에는 플루옥세틴, 설트랄린, 플루복사민 및 시탈로프람 등이 있으며 환자의 내약성에 따라 약물을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세로토닌 및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차단제(serotonin and norepinephrine reuptake inhibitors, SNRI)
세로토닌 및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를 차단제인 벤라팍신 서방형(XR)은 미국 식품의약청에서 SSRI 제제보다 더 일찍 범불안장애 치료 약물로 허가를 받았습니다.
벤라팍신 XR은 일일 75mg에서 225mg의 범위 내에서 위약보다 우수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으로는 졸음, 오심, 구갈, 어지럼증, 식은땀, 성기능 장애, 변비 및 식욕 저하 등이 있으며, 고용량 사용 시 혈압을 상승시키므로 고혈압 환자에서 사용 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기타 약물
이상의 약물들을 사용한 치료에서 효과가 불충분하다면 의료진은 우울증과 같은 동반 질환은 없는지 재평가하고 환자의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을 더 잘 이해하며 개입하여 도와주어야 합니다.
이때 아드레너직 수용체 길항제인 프로프라놀롤과 항히스타민제인 히드록시진(hydroxyzine, 하이드록시진) 등의 추가적 약물 치료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드레너직 수용체 길항제는 불안에 의한 신체 증상이나 수행 불안과 같이 특정 상황에 관련한 불안을 감소시키는데 도움을 줍니다.
*참고:
1)논문_박태진, 공황장애와 범불안장애, 가정의학회지, Vol.28, No.3, 2007, S388~389p
2)논문_송정민 외 1인, 일차 진료에서의 범불안장애의 진단과 치료, 가정의학회지, Vol.26, 2005, 518p, 521~5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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