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박증의 원인
강박 장애는 대개 어릴 때, 특히 사춘기 전에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자폐증, 전반적 발달장애, 뚜렛 증후군 등 강박적 증상을 보이는 질병으로 오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강박증의 원인에 대한 이론은 몇 가지가 있지만 100% 정설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이론은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뇌의 질환으로서의 원인적 접근이 최근의 추세이며 뇌의 비밀이 하나씩 밝혀짐에 따라 그 원인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1) 정신역동학적 이론
프로이트는 강박증을 무의식적 충동에 대한 방어 현상이라고 설명하였고, 이는 엄마와 아이의 관계에 초점을 둔 설명으로 가혹한 대소변 가리기 훈련이 강박증의 증상과 관련된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강박증 환자는 엄격한 초자아를 가지고 있다고 하며, 이는 융통성 없고 경직된 생각과 행동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2) 유전
강박증 환자의 친척 중 약 10%가 강박증을 지니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성인기에 발병한 강박증보다는 소아기에 발병한 강박증, 그리고 뚜렛(투렛) 증후군이나 틱 장애를 동반하고 있는 경우에 보다 많은 유전적 경향을 보입니다.
하지만 유전 여부에 대해서 의문이 많으며 현재는 강박증 자체가 유전되는 것이 아니고, 단지 강박증을 보일 소질이 유전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3) 학습이론
이 이론에 의하면 강박 증상은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반복된 학습이라고 합니다.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불안을 없애기 위하여 강박행동을 하게 되며, 이렇게 불안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 후에는 다음에 다시 같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 똑같은 강박행동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된다고 합니다.
이미 강박적인 행동으로 불안이 없애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강박 행동은 반복적인 학습의 경과인 셈입니다. 인지행동치료의 근간이 되는 이론입니다.
4) 생물학적 이상-뇌의 질환
1990년대에 포도상구균에 감염된 아이들이 강박증상을 보인다는 미국 국립보건원의 보고가 나왔으며, 이 균에 감염된 후 연속적으로 촬영한 뇌 사진에서 기저핵의 크기가 클수록 강박 증상이 더 심해졌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었습니다.
하지만 포도상구균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강박 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유전적으로 강박증상이 발현될 소인이 있는 상태에서 어떤 계기(감염, 스트레스 등)에 의하여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최근의 많은 연구들은 뇌의 특정 부위의 이상을 강박증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대뇌의 앞쪽 부분, 특히 안구 위쪽에 위치한 부분(이를 ‘안와 피질’이라 부릅니다)은 사회적인 상황에 따라 적절한 행동을 보이는 기능에 깊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의 대뇌 활동이 저하되어 있는 경우, 예를 들면, 손상을 입었거나, 감염, 또는 뇌종양이 있는 경우에는 사회적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한 행동을 보이는 기능이 떨어집니다.
이상한 성적 행동을 보인다든지, 지나치게 비만해질 정도로 과식을 한다든지, 이상한 농담이나 속어를 어울리지 않게 자주 사용한다든지 등의 성격 변화를 보이게 됩니다.
반대로 대뇌의 이 부위의 활동이 증가되어 있는 경우에는 사회적인 상황을 지나치게 염려하고, 극히 소심해지며 매우 까다로워집니다.
그리고 별 것 아닌 일을 가지고 끙끙대는 등의 경향을 갖게 되는데, 이런 면이 강박증상과 관련될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우리 대뇌에는 또 ‘미상핵’이라 불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대뇌의 앞쪽에서 오는 정보를 걸러내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반드시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걱정이 너무나도 많이 대뇌의 앞쪽으로부터 미상핵에 도달하게 되면, 이 정보(걱정)는 적절히 걸러지지 않고 넘쳐흘러서 의식을 가득 메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강박증의 중요한 요인은 대뇌 앞쪽에서 발생하는 지나친 걱정, 그리고 정보를 걸러내는 일을 하는 미상핵의 기능 이상이라고 생각됩니다.
대뇌 앞쪽과 미상핵에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많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이 세로토닌을 분비하는 세포를 일부 절단하는 수술이나 또는 세로토닌 신경세포의 기능을 바꾸어주는 약물은 강박증에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강박증의 원인은 알지 못하는데, ‘세로토닌 기능 이상’ 자체가 강박증의 원인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로토닌 기능에 변화가 생기면, 인간의 생각, 감정, 행동 등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수많은 신경전달물질도 변화됩니다.
강박증은 아마도 대뇌의 다양한 구조나 기능의 이상이 최종적으로 표현되는 한 형태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2020년 서울대병원 권준수·윤제연 교수팀이 주도한 강박증 환자와 정상인의 '뇌구조 변이 네트워크' 양상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강박증 환자의 비정상적인 뇌 발달이 나타남을 밝혀냈습니다.
하지만, 정상인과 뇌의 구조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 강박증의 진단 기준
강박증 진단을 위해서는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이 필수적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일정 부분 불안과 걱정이 있고 그런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 특정한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매일 적어도 한 시간 이상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을 하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때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 제5판(DSM-V)에 따른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강박사고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생각, 충동 또는 심각이 원치 않는 방식으로 경험되며, 대부분 현저한 불안이나 괴로움을 유발합니다.
▷이를 무시하거나 억압하려고 시도하며, 또는 강박 행동을 함으로써 이를 중화시키려고 노력합니다.
2) 강박행동
▷손씻기나 정리 정돈하기, 확인하기와 같은 반복적 행동과 기도하기, 숫자 세기, 속으로 단어 반복하기 등과 같은 심리 내적인 행위를 강박사고에 대한 반응으로 수행하거나 엄격한 규칙에 따라 수행합니다.
▷행동이나 심리 내적인 행위들은 불안감이나 괴로움을 예방하거나 감소시키고, 또는 두려운 사건이나 상황의 발생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수행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이나 행위들은 그 행위의 대상과 현실적인 방식으로 연결되지 않거나 명백하게 과도한 것입니다.
▷강박사고나 강박행동은 시간을 소모하게 만들어 사회적, 직업적, 또는 다른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현저한 고통이나 손상을 초래합니다.
▷강박 증상이 물질(치료약물 등) 또는 일반적 의학적 상태에 의한 직접적인 생리적 영향에 의한 것이 아닙니다.
*참고:
1)site_강박장애, 삼성서울병원, 건강정보, 질환정보, 질환백과
2)site_강박증이란, 서울대학교병원, 강박증 클리닉
3)site_한희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강박증 극복하려면」, 헬스조선 뉴스, 서치클리닉,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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