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anxiety)’은 누구나 느끼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불안하거나 그 불안이 발달학적으로 부적절하거나, 그 정도가 이상하게 심하고 오래 계속되는 경우에 우리는 이를 병적인 불안 반응으로 봅니다.
이러한 불안을 중심으로 하는 신경증적 장애는 환자들에게 큰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임상적 모습으로 표현되어 내과-외과, 입원-외래 환자에게서 나타납니다.
◈ 불안장애란?
불안장애는 불안 증상을 주축으로 하여 여기에 동반되는 회피행동과 여러 가지 신체적 증상을 합하여 다양한 형태의 비정상적, 병적인 불안과 공포로 인해 일상 생활에 장애를 일으키는 정신 질환을 통칭합니다.
또한, 불안이 특정한 대상을 향해서 표현될 때 이를 공포(fear)라고 합니다.
미국 정신과 분류(DSM-IV)에 의하면 불안장애에는 간헐적인 급성 불안발작인 공황장애, 광장공포증, 특정 공포증, 강박적 사고나 행동과 동반된 불안을 증상으로 하는 강박증, 충격적 사건 뒤에 나타나게 되는 불안 반응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급성 스트레스 장애 그리고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범불안장애 등이 포함됩니다.
◈ 불안장애의 종류 및 특징
1) 공황장애(panic disorder)
전형적인 공황발작은 대개 일상생활을 하는 가운데, 예를 들면 책을 읽거나 식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운전 도중 예고 없이 엄습하는 발작적인 공포입니다.
환자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심한 불안, 금방 죽을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자율신경 자극 현상으로 숨이 막히고 가슴이 뛰고 아프거나 불쾌감이 있고 가슴이 조여 오는 것 같고 어지러움, 붕 뜬 것 같은 기분, 비현실감, 손발이 저리고 화끈 달아오르거나 싸늘해짐, 식은땀, 몸이 떨리는 증상 등 을 호소합니다.
이러한 발작은 대개 5~20분 정도 계속되며 드물게는 1시간까지 지속됩니다.
환자들은 공황발작이 일어나지 않을까 미리 불안해 하는 경향(예기불안)이 있어 공황발작이 일어난 장소나 환경을 두려워하고 피하려고 하기도 합니다.
첫 공황발작을 경험한 환자는 대개 자신이 심장병이 있는 것으로 여겨 응급실로 가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하게 되나, 빈맥 외에는 특별한 소견을 발견할 수 없어 집으로 되돌아가게 되기도 합니다.
평균 호발 연령은 20대 후반이며 감별 진단으로는 다른 정신과 질환들과 신체적 질환, 특히 관상동맥 질환, 갑상선 기능항진증, COPD(만성 폐쇄성 폐질환), 저혈당, pheochromocytoma(갈색세포종) 등의 유무를 주의 깊게 조사해야 합니다.
[기타 질환] - 강렬하고 극심한 공포가 찾아오는, 공황장애란?
2) 공포증(specific phobia)
특정한 대상, 활동, 상황에 대해 이치에 맞지 않는 심한 공포를 계속 갖게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런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결사적으로 이런 상황을 피하게 되는데, 이는 다른 사람들은 전혀 그러한 상황을 두려워하거나 위험한 것으로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감소되지 않습니다.
불합리한 공포나 회피행동은 다른 정신질환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포 장애의 진단은 하나 또는 몇 가지의 공포가 임상적으로 두드러지거나 그 사람에게 그것이 고통의 주된 원인이고 또한 그 증상이 다른 질환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어야 합니다.
여러 가지 공포증이 있지만 그중 광장공포증(agora phobia)은 넓은 거리, 사람 많은 곳 등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해서 그곳을 피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공황장애 때문인 것으로 생각되지만, 공황발작이 동반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회 공포증(social phobia)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어야 할 상황, 예컨대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해야 하는 경우를 지나치게 두려워하여 이를 피하게 되고, 억지로 하고자 하면 여러 가지 불안증세가 생기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외에도 높은 곳, 뱀, 곤충, 혈액, 주사기 바늘 등을 접했을 때 울면서 주저앉거나 의식을 잃는 등의 행동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3) 범불안장애(generalized anxiety disorder)
범불안장애는 비현실적이거나 막연한 불안이나 걱정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특징으로 합니다.
운동성 긴장, 각종 자율신경 기능항진증, 예기불안, 지나치게 조심하는 경향을 볼 수 있습니다.
환자들이 흔히 호소하는 증상은 과도한 생리적 각성에 의한 신체적 증상으로 근육계의 긴장으로 인한 떨림, 근육통(요통, 견갑통), 두통 등이 흔합니다.
또한, 자율신경계의 기능항진에 의해 흔히 숨 가쁨, 가슴 답답함, 심계항진, 소화기계 증상 등이 나타납니다.
왜곡된 인지과정에 의한 심리적 증상으로는 반복적인 걱정, 사고, 짜증, 집중력 곤란 등이 흔히 나타납니다. 주로 흔하게 나타나는 병적 걱정의 내용은 가족, 대인관계, 일에 대한 걱정들입니다.
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걱정이 비현실적이며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통제가 불가능합니다.
범불안장애는 보통 20대나 30대 때 발병하며, 다른 정신과 질환과 공존하는 경우가 많아 이 질환의 순수한 임상경과와 예후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인생사의 부정적 여러 사건이 범불안장애의 진행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그 경과도 매우 다양하며 만성화되기 쉽습니다.
특히, 조기 발병인 경우에는 다른 장애와 공존하는 수가 많아 약 반수의 환자가 다른 정신질환 특히 다른 불안장애나 기분장애를 동시에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반적인 불안을 동반하는 정신질환이나 불안을 야기하는 기질적 원인이 있는 경우에는 이 질환의 진단을 내릴 수 없습니다.
4) 강박증(obsessive compulsive disorder)
강박증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자꾸 반복하여 생각하게 되는 강박사고와 쓸데없는 짓임을 알면서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없는 강박행동의 2가지 증상으로 구성됩니다.
강박사고는 반복적으로 나타나 정상적인 사고 과정을 방해하며 대개 불안과 불쾌감을 일으킵니다. 강박행동은 이러한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이런 증상들은 환자에게도 낯선 것, 즉 환자의 자아와는 동떨어진 생각과 행동이므로 환자는 스스로 이러한 무의미한 행동과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증세와 싸우는 것이 특징입니다.
환자들은 손이 더러워졌다는 생각에 손이 어디에 닿으면 억지로라도 바로 씻어야 한다던가, 문을 걸고도 여러 번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는 등 다양한 강박적 의식을 행함으로써 내심의 불안을 ‘취소(undoing, 원래의 상태로 돌리기)’하려고 합니다.
강박증상은 다른 질환과 동반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주로 우울증, 정신분열병, 기질성 정신장애, 투레트 증후군(Tourette syndrome) 등입니다.
*투레트(투렛) 증후군: 틱증과 함께 반복되는 무의식적 행동에 의해 특성화된 신경장애가 나타나는 유전병입니다.
5) 심한 스트레스 반응 및 적응장애
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 이후 나타나는 반응과 생활 상의 변화나 부담을 주는 사건에 대한 적응기에 나타나는 적응장애가 이 분류에 속합니다.
스트레스에 대한 급성 반응이나 개별적 증상들은 다른 장애에서도 발생할 수 있지만, 임상적인 진단으로서 이 분류에 속하는 질환은 비교적 특별한 특징들이 있습니다.
①급성 스트레스 반응(acute stress reaction)
이례적으로 부담을 주는 충격 이후 발생하여 수 시간 또는 수일 내에 소실되는 반응입니다.
초기에 멍한 상태가 계속되고 우울, 불안, 분노, 절망, 과다행동과 위축 등이 나타날 수 있고 부담을 주는 환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경우에는 증상이 급격히 소실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②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엄청난 충격을 주는 사건, 즉 강간을 당했다거나 피습을 당하거나 각종 사고나 재난을 겪고 난 후 이로 인해서 불안 증상이 생기는 경우를 말합니다.
특징적 증상은 충격적 사건의 재경험, 정신적 마비, 각성 상태의 증가 등입니다.
‘사건의 재경험’이란 악몽, 백일몽, 괴로운 사건의 반복 등을 말합니다. ‘정신적 마비’란 동떨어져 있는 느낌을 말하고, ‘각성 상태의 증가’란 과잉행동, 조그마한 일에도 심하게 놀라는 등의 증상을 말합니다.
급성 발병이며 사건 뒤 6개월간 증상이 있다가 없어지는 경우도 있고 6개월 이상 만성화되는 경우, 또는 사건 6개월 뒤에 비로소 발병하는 지연형도 있습니다.
진단은 증상으로 내릴 수 있으며, 통상적인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인 적응장애와는 그 주어진 스트레스의 특성으로 구별됩니다.
6) 물질로 유발되었거나 내과적 문제로 인하여 파생된 불안장애
교감신경과 관련된 약물을 사용할 때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불안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심혈관계 질환이나 내분비 질환, 호흡기 질환, 신경과적 질환에서도 유사한 증상이 보고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첫째, 그러한 약물이나 내과적 질환을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하며 둘째, 상기에 언급한 질환들에서의 증상과 다른 비특이적 증상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해 봐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의식의 변화나 신경과적 증상의 변화는 다른 불안장애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확인된 약물의 사용이나 내과적 질환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불안증상의 선행요인인지를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특별히 확인하는 검사도 없습니다.
다만 시간적 선후관계가 확실하고 질환의 심한 정도의 변화와 불안증상의 변화가 일치한다든지 질환의 치료로 불안증상이 소실하는 등의 간접적 관찰로서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갑상선 기능이 정상화되면서 불안이 사라지는 환자들이나 조절되었던 칼슘 레벨이 변화하면서 다시 불안이 생기는 경우에는 비교적 원인관계가 명확하다 할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신과적 가족력이 없는데도 발병 나이가 불안장애의 호발 연령과 다르다거나, 비교적 짧은 지속기간, 최근의 정신사회적 스트레스의 유무가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참고:
1)논문_권준수, 불안장애의 진단과 치료, Medical POSTGRADUATES, No.5, Vol.33, 2005, 311~312p
2)논문_ 송정민 외 1인, 일차 진료에서의 범불안장애의 진단과 치료, 가정의학회지, 2005;26, 518p
3)site_불안장애, 서울대학교병원, 건강정보, N의학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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