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두통의 치료는 발작이 있을 때 두통으로 인한 고통을 줄이는 급성기 치료와 편두통의 빈도와 강도를 줄여 편두통으로 인한 장애와 삶의 질을 개선하는 예방 치료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마다 편두통의 양상이 다르고 한 개인에서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두통 양상이 변하기도 하며, 치료 효과와 부작용을 예측할 수 있는 생물 표지자(biomarker)가 아직 정립되지 않아서 환자마다 치료를 최적화하기 어렵습니다.
현재로서는 환자별 두통의 특징, 동반이환 질환, 약제에 대한 내약성 및 환자의 선호도 등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치료를 계획해야 합니다.
◈ 급성기 치료
편두통 급성기 약물 치료는 모든 편두통 환자에게 필요하며 가능한 한 빨리 통증과 동반 증상을 해소 또는 감소시켜 일상에 복귀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급성기 약제는 부작용이 없이 두통에 대한 효과가 일관적이어야 하고, 두통의 재발로 인한 재복용이나 구출 약제(rescue medication)의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벼운 편두통은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소염진통제 등의 일반 의약품으로도 조절될 수 있지만, 중등도 이상의 편두통 발작에는 트립탄과 같은 편두통 특이 약물을 사용합니다.
적절하지 못한 급성기 치료는 편두통과 관련된 장애를 증가시키고, 약물 과용으로 인한 편두통을 만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환자에게 급성기 약제의 올바른 투약 방법과 약물 과용으로 인한 편두통의 만성화 위험성을 주지 시키고, 두통 빈도가 잦은 경우에 예방 치료의 필요성에 대하여 충분히 교육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급성기 치료는 근거 중심의 큰 치료 원칙과 함께 개별 환자의 신체적 특성과 치료 요구에 따른 개별적 맞춤형 조절이 필요합니다.
◈ 조기 치료
급성기 약물을 발작 초기에 빨리 복용하여, 통증의 신호전달이 중추로 전달되면서 감작(sensitization)이 일어나는 연쇄반응을 중단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중추감작의 증거인 피부무해통증(allodynia)이 발생하면 급성기 약물의 두통 개선율이 현저히 떨어지며, 여러 트립탄 연구에서도 일관적으로 두통 발생 1시간 이내에 복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편두통의 통증이 발생하기 전인 조짐기나 전구기에 트립탄을 복용하는 것은 아직 그 효과에 대한 근거가 충분히 정립되지 않았지만, 환자에 따라서는 효율적인 선제 치료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시도해 볼 가치는 있습니다.
하지만 두통 빈도가 많은 환자에게는 약물과용 두통의 발생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 근거 중심의 급성기 약물 선택
2015년 미국두통학회에서는 환자의 장애 정도에 따라 경도, 중등도, 심도로 나누어 경도-중등도의 발작에는 아세트아미노펜 비스테로이드 소염제 또는 비아편유사제 진통제를, 중등도-심도 발작에는 편두통 특이 약물인 트립탄을 사용할 것을 발표했습니다.
▷트립탄
트립탄은 선택적 5-hyrdoxytryptamine (5-HT)1B/1D작용제로 전 세계적으로 7개 약물이 시판되었으며 그중 5개는 국내에서도 처방할 수 있습니다.
트립탄 간의 직접 비교 연구가 없어서 우위를 논하기 어렵지만 약동학적으로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sumatriptan(수마트립탄), zolmitriptan(졸미트립탄), almotriptan(알모트립탄), rizatriptan(리자트립탄), eletriptan(엘레트립탄)은 효과가 빨리 나타나고 강합니다.
반면, naratriptan(나라트립탄), frovatriptan(프로바트립탄)은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고 약하지만 부작용이 적고 작용 시간이 긴 장점이 있습니다.
하나의 트립탄에 효과가 없어도 다른 트립탄에는 반응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다른 트립탄으로 변경합니다.
트립탄은 5-HT1B/1D수용체에 특이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는데, 이를 '트립탄 증상'이라고 합니다.
저림, 욱신거림, 온열감, 작열감, 냉감, 목과 가슴을 포함한 몸의 압박감 또는 조임감과 같은 감각 증상과 어지럼, 졸림, 전신 무력감과 같은 중추신경계 증상이 있습니다.
▷에르고트제
편두통 특이 약물인 경구 에르고트제는 단독으로 사용하면 치료 효과가 약하기 때문에 카페인과의 복합제로 상용화되었습니다.
트립탄과 달리 5-HT1B/1D수용체에 비특이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구역과 구토를 악화시키고 혈관폐색의 부작용이 있어 사용을 제한합니다.
◈ 동반 증상과 동반질환을 고려한 개별 선택
경구 급성기 약물에 잘 반응하지 않거나 구역이나 구토로 인하여 경구약제를 먹기 어려운 경우에는 비경구 투여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피하주사 또는 비강 분무제형의 트립탄과 디히드로에르고트민(dihydroergotamine, DHE) 주사제는 국내에서 아직 처방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응급실에서 구역이나 구토가 심한 경우에는 근육 주사나 정맥주사로 아세트산 계열의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인 ketorolac(케토톨락)을 사용하거나, metoclopramide(메토클로프라미드)나 chlorpromazine(클로르프로마진)과 같은 항구토제의 주사제를 보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정 질환이 있거나 동반 이환질환이 있는 편두통 환자에서는 급성기 약제의 사용을 제한해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스테로이드 소염제는 심각한 위장관 및 심혈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트립탄이나 에르고트제는 관상동맥질환, 말초혈관질환, 적절히 조절되지 않은 고혈압, 기타 혈관질환, 편두통 중에서 반신마비 편두통, 뇌간조짐 편두통, 지속조짐 편두통, 편두통 뇌경색이 있는 환자에서는 가급적 피해야 합니다.
또한, 에르고트제를 24시간 이내에 복용한 경우에는 트립탄을 복용하지 않도록 합니다.
◈ 약물 과용의 예방 전략
국제두통질환분류 3판에서는 약물 남용 두통을 아세트아미노펜, 아스피린, 비스테로이드 소염제 등의 단순 진통제는 한 달에 15일 이상, 아편유사제, 복합 진통제나 편두통 특이 약물인 트립탄과 에르고트제는 한 달에 10일 이상을 3개월 이상 복용하는 경우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급성기 약제를 자주 복용하는 환자는 복용 횟수를 일주일에 2일로 제한해야 합니다.
환자에게 이 점을 미리 교육해야 하며 두통일기에 복용 횟수를 표시하도록 하여 환자 스스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보다 복용하는 횟수가 많으면 두통의 빈도를 줄이기 위한 예방 치료가 필수적입니다.
◈ 트립탄과 비스테로이드 소염제의 병용 요법
수마트립탄/나프록센(naproxen) 또는 프로바트립탄/덱스케토프로펜(dexketoprofen) 복합제 연구에서 트립탄만 단독 투여했을 때보다 비스테로이드 소염제와 같이 복용했을 때 2시간 후 두통 반응률과 24시간 반응 지속률이 높았습니다.
국내에는 복합제가 아직 발매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대안으로 수마트립탄과 나프록센을, 프로바트립탄과 덱스케토프로펜을 병용 처방할 수 있습니다.
임상적으로는 트립탄 단독 투여로 두통 감소 효과가 만족스럽지 못하였거나 트립탄 부작용으로 용량을 줄여야 할 때 비스테로이드 소염제의 병용 요법으로 효과를 증강시킬 수 있습니다.
◈ 신규 급성기 치료제
CGRP수용체 길항제로 게판트(gepant) 계열의 약물인 ubrogepant(유브로게판트)와 rimegepant(리메게판트) 그리고 선택적 5-HT1F수용체 작용제인 lasmiditan(라스미디탄)이 새로운 기전의 급성기 치료제로 개발되어 최근 미국 FDA의 허가를 받았습니다.
게판트 계열과 라스미디탄 모두 주요 임상 연구에서 트립탄에 근접한 정도의 효과를 보였으며, 트립탄과 에르고트 유도체와는 달리 혈관 수축의 위험성이 없었습니다.
특히, 게판트는 기존 급성기 약물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던 약물과용 두통의 위험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생각되어 예방 약제로도 사용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급성기 약물들은 트립탄 치료에 실패했거나 부작용으로 복용하기 어려운 경우, 심혈관 질환과 같은 금기증이 있을 경우 및 약물 과용의 위험성이 있을 경우에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국내에서도 이들 약제들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2022년 경부터는 사용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참고:
1)논문_문희수 외 3인, 편두통 치료의 최신 지견, 대한신경과학회지, 제38권, 제2호, 2020, 100~1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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