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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이야기 3_산정특례 등록

류마티스관절염

by gaulharu 2021. 1. 7.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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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마티스관절염을 앓은 지 이제 만 2년이 지났습니다.

 

대학병원 류마티스 내과로 전원한 지는 6개월째, 복용하던 약들은 많이 줄어든 상태입니다.

 

그동안 염증 수치(ESR, CRP)는 늘 안정적으로 정상 범위 안에 있었고, 밤에 손과 발에 나타나던 열감도 거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신장 수치(eGFR)도 114~115 정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작년 2월부터 악화된 왼쪽 손가락 관절의 통증이 지속된 데다, 최근 몇 달간 손을 많이 사용하면서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습니다.

 

여분으로 처방해 준 스테로이드를 추가로 복용하고, 임시방편으로 약 한 달간 한의원에서 약침과 일반 침을 여러 손가락 관절에 매일 맞았습니다. 하지만, 통증은 늘 비슷했습니다.

 

 

이번 주 월요일 진료가 예정되어 있어,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전원을 한 탓에 수치들이 안정적이어도 2개월 간격으로 진료를 받고 있습니다.

 

혈액검사를 받고, 1시간 대기 후 진료를 받았습니다. 주치의는 제 손을 살펴보고, 손가락 관절들이 많이 부어있다고 했습니다. 

 

역시, 진행되는 상태가 안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주치의는 제 상태가 산정특례 대상이라며, 그 자리에서 산정특례 신청서를 작성하셨습니다.

 

주치의가 아주 쉽게 제 상태를 인정해주신 것 같지만, 사실 산정특례 대상 조건에 맞지 않는다며 몇 달간 지켜보자고만 하셨었기 때문에 저는 사실 반 포기 상태였습니다.  

 

처방받는 약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메토트렉세이트는 종전대로 3알/주, 사이폴엔(사이클로스포린) 1알/일에서 설파살라진 2알/일로 약이 바뀌었고, 약의 부작용을 고려하셔서인지 위장 보호제가 2배로 늘었습니다. 

 

설파살라진은 한번도 복용한 적이 없어 저도 약간 걱정은 됩니다.

 

부작용이 크지는 않다고 얘기해주시긴 했는데, 위장 부작용이 있고 골수와 신장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5주 후 검사와 함께 다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진료를 받고, 수납처로 가서 주치의가 작성한 산정특례 신청서에 사인을 했습니다. 뭔가 더 복잡한 절차가 있는가 했는데, 특별할 게 없었습니다. 

 

산정특례는 즉시 적용이 되었고, 지난 번 미리 수납했던 오늘 진료비부터 산정특례가 적용되어 10%인 2,200원을 결제했습니다. 

 

2,200원이라니... 

 

늘 2만원이 넘었었는데, 꿈만 같았습니다. 혹시 처방받은 약도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약국에서 처방전을 접수하고 약 조제를 기다리던 중,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카카오톡이 왔습니다. 

 

 

이율배반적인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정말 힘들게 산정특례 대상자가 된 것에 감사하면서도,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병이 진행되고 있음에 좌절감이 밀려들었기 때문입니다. 씁쓸했습니다.

 

 

기다리던 약이 준비되었고, 약사에게 복용방법을 안내받았습니다. 그리고 결제를 하려고 하는데 약값이 7,700원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복용하는 약도 바로 산정특례가 적용된 것입니다. 원래대로라면 7만 원이 넘는다는 얘기입니다. 그것도 겨우 5주치분에 말입니다. (설파살라진이 사이클로스포린보다 비싼 것 같습니다.)

 

산정특례가 적용되는 빠른 속도에 놀랐고, 적용의 효력에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다행히 처방받는 약이 급여항목에 해당됐기 때문입니다. 

 

만약, 비급여항목이었다면 100% 제가 부담해야 합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여러 질병에 대한 산정특례를 포스트 했지만, 늘 그 대상자가 아니다 보니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체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산정특례적용 대상이 되는 것은 어렵지만, 일단 조건에 맞는다면 그 이후부터의 과정은 생각보다 간결하고 신속했습니다.

 

환자가 겪어야 할 복잡한 서류 과정은 없었고, 산정특례신청이 되는 날부터 산정특례가 적용되는 놀라운 의료제도였습니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중증 난치질환으로 분류되어, 앞으로 5년간 산정특례가 적용이 됩니다.

 

저는 암 보험 외에 가입된 보험도 없었던 터라, 어찌 보면 산정특례제도가 유일한 구명줄입니다. 류마티스관절염이 점점 더 악화될 경우에 처방되는 생물학제제의 가격은 연간 수천만 원이기 때문입니다.

 

 

산정특례 없이 엄청난 약값을, 기약 없이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환자에게는 큰 부담입니다.

 

이제 제가 할 일은, 실망과 좌절에서 벗어나 마음을 다스리고 이전처럼 운동을 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며 더불어 몸에 무리가 가는 일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라면, 치료를 받고 증상이 호전되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조금만 무리를 하게 되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류마티스관절염은 말 그대로 관절에 나타나는 질환이기 때문에, 관절 사용에 늘 주의가 필요합니다. 만약, 누군가 제게 이런 말을 미리 해줬다면, 지금의 제 병도 덜 악화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아픈 부위 그리고 아팠던 부위의 관절을 최대한 보호하시길 바랍니다. 무리한 업무, 집안일, 지속적으로 장시간 해당 관절을 사용하는 일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되도록 주변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무리가 갈 만한 일은 도움을 받으셨으면 합니다. 일상생활 속 개선이 없다면, 결코 류마티스관절염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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