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슨병은 1912년 Kinnear Wilson에 의해 처음 기술되었고, 세포 내 구리 이동과 관련된 단백질의 이상으로 간, 뇌, 각막, 신장 등에 비정상적인 구리 침착이 발생하는 보통염색체 열성 유전 질환입니다.
13번 염색체의 ATP7B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한 병으로, 이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하여 간, 뇌 등에 구리가 축적되어 간 증상 혹은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납니다.
1993년 윌슨병 관련 유전자(ATP7B)가 처음 확인되었고, 지금까지 500여 개의 관련 돌연변이가 보고되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윌슨병의 유병율은 백만명 당 30명, 유전자 빈도는 0.56%, 보인자 빈도는 90명 당 한 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인자: 유전병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그 인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그 사람의 후대에 유전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국내 연구에서는 보인자 빈도가 51명당 한 명으로 추정되어 유병률이 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적절히 치료하지 않을 경우에는 간질환 악화로 간경변증에 이르거나, 다양한 신경정신학적 합병증을 초래하여 불량한 예후를 초래합니다.
반면 조기에 적절히 진단되고 치료를 받은 경우에는 질병의 진행을 막거나, 역전시킬 수 있으며, 장기 생존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원인 불명의 간염이 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윌슨병을 감별해야 합니다.
◈ 윌슨병의 증상
임상에서 중요한 윌슨병의 3가지 징후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간경변증, 만성 활동간염, 전격간염, 자가면역간염, 반복성 황달 등으로 나타나는 간질환
②운동장애(떨림, 협동장애, 미세운동 손실, 모도병) 및 강직성 근긴장이상(가면얼굴, 경직, 보행장애, 거짓 연수 손상) 등 대뇌 기저핵 구리 침착으로 인한 신경 장애
③각막 내 구리 침착으로 생기는 각막환(K-F고리)
윌슨병에서 구리 침착으로 인하여 간세포 내 지속적인 손상이 발생하게 되고, 축적 한계를 벗어나면 혈류로 흘러나와 여러 장기에 축적되어 이상을 일으킵니다.
발병 연령은 5 - 40세로 알려져 있으나, 3세에 발병한 보고도 있고, 80대에 발병한 예도 있어 발병 연령이 시사하는 바는 적습니다.
하지만, 소아나 젊은 성인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간염이 있을 경우 윌슨병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간 증상은 가장 흔한 임상 형태로 환자의 40~50%에서 최초 증상으로 나타나며, 동양인에게 더 많이 나타납니다.
어린 나이에 발병된 경우에는 주로 간질환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으며, 늦게 발병되는 경우에는 신경학적 이상이 주된 증상이 됩니다.
윌슨병에 의한 간염은 대사성 간질환 중에서 비교적 빈도가 높고, 또한 조기 진단으로 완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감별 진단이 매우 중요한 만성 간질환의 하나입니다.
2004년 대한간학회 주관으로 실시된 전국적 조사에 따르면, 윌슨병 환자 516명의 진단 당시 주소는 간 증상 59%, 신경 증상 17%, 간 및 신경 증상 14%, 용혈성 빈혈 1%, 무증상 9% 였습니다.
▷간 질환
간에 구리가 침착될 경우 처음에는 아미노전달효소가 다소 증가된 무증상의 간비대 소견을 보이나, 만성 활 동성 간염, 간경변증으로 진행합니다.
간에 구리가 축적되어 증상이 나타나게 되므로, 보통 5세가 지나야 발병합니다.
간에 구리가 침착되면 처음에는 간효소 수치만 약간 증가된 무증상의 간장 비대를 보이나, 결국은 만성 활동간염, 간경변증, 문맥압항진증으로 진행합니다.
간경변증이 진행하면 복수, 비장종대, 저알부빈혈증, 혈액응고 이상 등의 소견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구리 대사 이상 자체에 의한 것이기보다 간경변증에 동반된 문맥압 항진에 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급성 간염은 두 번째로 흔한 형태이며, 이로 인해 용혈설 빈혈(적혈구가 쉽게 파괴되어 생기는 빈혈)이 동반되면 윌슨병을 암시하는 중요한 징후가 됩니다.
그러나 약 10~30%에서 만성 활동성 간염과 구별이 힘든 간 장애가 나타납니다.
가장 심각한 간 장애로, 간혹 급성으로 악화되어 전격성 간부전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혈중 구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Combs(쿰즈) 음성 용혈성 빈혈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쿰즈 음성 용혈성 빈혈: 괴사성 간세포에서 다량의 구리가 배출되기 때문에 발생하며, 다른 원인에 의한 간 기능 상실과 중요한 감별점이 됩니다.
윌슨병에 의한 급성 간부전은 바이러스 간염에 비해 아미 노전달효소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1,500 U/L), 용혈성 빈혈의 결과 총빌리루빈은 크게 증가합니다.
특이하게도, 혈청 알칼리인산분해효소는 정상 범위 내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경학적 질환
신경학적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사춘기 이전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며, 대개 15세 이후 청소년기에 증상이 발현됩니다.
신경학적 증상은 환자의 40~60%에서 병의 단서가 되는 초기 증상입니다.
환자의 약 50%에서 대뇌 기저핵에 손상이 오면서 안정과 운동 떨림 양상이 나타납니다.
초기에는 손떨림이 오고 혀, 얼굴, 인후를 침범하는 근육 긴장 이상에 의한 운동 감소로 발음이 불분명하여 알아듣기 어려운 구음 장애가 옵니다.
침 흘림 및 특징적인 얼굴 표정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점차 진행하면 근 긴장 이상으로 인한 보행장애, 자세이상의 신경장애 증상이 오고 정신 이상, 정서장애, 행동장애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글쓰기가 어려워지고, 학교 성적의 저하가 첫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질병의 경과 중 거짓 구마비가 올 수 있으며, 연하장애를 동반하여 흡인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병이 진행될 경우 확연한 치매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정신과적 질환
20%의 환자는 정신과적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우울증이 가장 흔하나, 강박장애나 공격적 혹은 반사회적 행동장애를 보이기도 합니다.
정신과적 증상만 발현되는 윌슨병 환자들은 진단이 늦은 연령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과 질환
전형적인 안과 소견은 Kayser-Fleischer ring(각막환, K-F고리)으로, 각막에 구리가 침착되어 눈 각막의 테두리를 따라 황록색의 특이한 고리 모양의 병변이 나타나게 됩니다.
각막환은 홍채가 옅은 색이고, 구리 침착이 심한 경우에는 시진을 통해서도 알 수 있으나, 확진을 위해서는 세극 등 검사가 필수적입니다.
구리가 수정체에 축적될 경우 sunflower cataract(해바라기 백내장)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기타 질환
구리가 산발적으로 혈중으로 유출될 경우 용혈성 빈혈이 발생할 수 있으며, 반복적일 경우 담석증이 발생합니다.
신장 손상은 주로 근위세뇨관을 침범하여 Fanconi(판코니) 증후군을 일으킬 있고, 당뇨, 아미노산뇨, 인산뇨, 산증, 신결석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판코니 증후군(Fanconi syndrome): 수분, 인산, 칼륨, 포도당, 아미노산, 탄산염 등의 물질을 재흡수하는 근위의 기능 부전으로 인한 질환으로, 신장의 정상적인 수송기능의 장애로 전신적인 증상을 유발합니다.
그밖에 골다공증, 골연화증 등을 일으킬 수 있고, 심근병증, 췌장염, 부갑상선 기능 저하 등의 보고도 있습니다.
*참고:
1)논문_허내윤, 윌슨병, 대한간학회, PG Course, 1호, 2017, 61p, 63~64p
2)논문_서정기, 윌슨병: 진단과 치료의 최근 동향, 대한간학회지, 제12권 제3호, 2006, 340p
3)site_윌슨병, 서울대학교병원, 진료질환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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