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관절염을 앓고 계신 분들은 경험해 보셨겠지만, 특정 음식을 먹고 나서 관절의 통증이 심해지거나 조조강직이 다시 오거나, 부종이나 손발에 열이 오르거나 하는 일이 간혹 있습니다.
처음에는 약이 듣지 않는 건가 좌절감도 들고, 늘어날 약에 낙담도 되고는 합니다. 그런데, 알레르기처럼 특정 음식에 류마티스관절염도 반응을 한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면역의 배신>의 저자 수잔 블룸 박사는 이것을 음식의 '민감성'이라고 지칭했는데, 특정 음식이 체내 면역계에 반응을 일으켜, 체내에 염증을 유발한다는 것입니다.
염증은 곧 통증을 불러오고, 통증을 통해 앓고 있던 질환의 정도가 심해지게 됩니다.
제목에서 류마티스관절염에 안 좋은 음식이라고 썼지만, 사실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도 동일하게 피해야 하는 음식이 바로 밀가루입니다.
인삼과 홍삼은 억제된 면역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한다고 말씀드렸지만, 밀가루는 접근 자체가 다릅니다.
밀가루가 모든 사람에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자연적 독성이 적게 들어있는 채소 섭취 후에도 통증을 느낄 정도의 예민한 자가면역질환 환자들한테는 밀가루가 치명적인 통증과 고통을 줄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 조차 이 음식 민감성에 대해 명확한 검사법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알레르기 검사처럼, 미리 검사를 통해 그 음식을 피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상 각개전투로 본인에게 적합한 음식과 아닌 음식을 오로지 자신의 경험을 통해 깨달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밀가루는 정말 몸에 안 좋은 음식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찬반논쟁이 있습니다. 특히 의료분야 전문가조차 의견이 엇갈릴 정도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밀가루를 먹고 통증이 심해지고, 밀가루를 끊고 통증이 줄어드는 환자들의 사례가 있기에 오늘은 밀가루가 정말 안 좋은 음식인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서양에서는 이미 수천년전부터 밀을 주식으로 삼아온, 안전한 곡물로 인정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왜 요즘에서야 이 밀가루의 위험성에 주목하는 것일까요? 우리가 현재 먹고 있는 밀은 과거 인류가 먹던 밀이 아닙니다.
밀의 대량생산을 위해 유전자를 조작했기 때문입니다. 생산량이 무려 40배, 병충해에 잘 견디도록 유전자가 조작되었고 글루텐 함량도 더 높아졌습니다.
이런 유전자조작을 통해 품종이 개량된 밀을 인체는 음식으로 인식하지 않고, 외부의 위험인자로 인식하게 됩니다.
고농축 된 글루텐 단백질은 면역 시스템을 발동시키고, 면역계를 더욱 민감하게 자극하며 염증반응을 일으키며, 더 나아가 알레르기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글루텐은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 단백질로 밀 단백질의 80~85%의 비중을 차지합니다.
글루텐은 저분자의 글리아딘과 고분자의 글루테닌이 물을 매개로 결합하면서 생기는 단백질인데, 둘 다 독성물질로 염증을 유발합니다.
사실 글루텐은 밀가루에만 들어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밀, 메밀, 호밀, 귀리 등에 더 많이 들어 있는데, 비중을 보자면 다른 곡식류에 비해 50% 이상 더 많이 들어있기에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글루텐은 아토피, 비염, 기관지천식, 결막염 등의 알레르기를 유발하며, 속을 더부룩하고 불편하게 만듭니다. 대장에서는 과민성대장염과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유발합니다.
또한, 글루텐에 대한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이지만 자가면역질환인 셀리악병 항체 검사와 소장 점막의 조직 검사에서 특정 항체나 염증 소견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에는 글루틴 불내증으로 진단받습니다.
대표적인 글루텐 불내증 증상으로는 복통, 복부팽만, 변비, 설사, 메스꺼움 등의 소화 기능 장애가 주로 나타나며 신경계 이상으로 편두통이나 현기증 등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면역체계 이상으로 피부 트러블이 잦아지며 습진이나 건선 또는 닭살피부(모공 각화증)이 발생하거나 악화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섬유 근육통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근골격계 통증, 뻣뻣함, 감각 이상을 보이는 만성질환이 발생해 근육과 인대, 힘줄 등에서 광범위하게 통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언급한 셀리악병, 건선, 섬유근육통은 모두 자가면역질환의 한 종류입니다.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장벽이 약하고 누수가 일어나면 글루텐 입자는 장벽을 지나 혈류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데, 혈류로 들어간 글루텐이 면역세포를 만나게 될 때 문제가 생깁니다.
이 면역세포가 글루텐을 이물질로 인식해, 면역세포의 핵 속 유전자를 활성화 시키고 글루텐을 공격하게 됩니다.
지속적인 글루텐 섭취는 면역세포를 지속적으로 활성화시키고 글루텐을 제거하기 위해 수많은 염증 물질을 만들어 내게 됩니다.
그리고 글루텐 이외에도 면역세포는 관절, 갑상선, 위장관, 피부, 신경섬유를 공격해 정상 조직들도 손상을 주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자가면역질환이 되는 것입니다.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는 상태라면 더더욱 밀가루를 섭취해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비스테로이드항염제 등으로 염증을 완화시켜 놓은 상태에서 염증을 증가시켜 통증과 질환의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에게는 단순히 '음식 민감성'이라고 얘기하기에 밀가루가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나 큽니다.
여기서 글루텐을 뺀 밀가루면 괜찮지 않겠냐고 할 수 있겠지만, 글루텐을 억지로 제거하면서 탄수화물을 더 많이 먹게 되어 칼로리가 높아지고, 엽산과 철분 함유량도 더 적습니다.
또한, 글루텐 이외에도 밀가루는 렉틴이라는 항영양소로 인한 자연적인 독성도 갖고 있습니다. 자가면역질환과는 어쩔 수 없는 상극인 것입니다.
밀가루는 글루텐 이외에도 껍질을 벗겨 제분한 가루 타입이기 때문에 에너지화와 지방 축적이 다른 곡물에 비해 빠르며, 쉽게 과식을 할 수 있어 비만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혈당을 빠르게 상승시켜 췌장에 부담을 주며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흔히 밀가루를 활용한 조리법의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특히 기름에 튀기거나, 많은 설탕이 들어가거나, 유전자조작된 옥수수를 먹인 소들을 통해 만들어진 버터와 우유, 각종 혼합물질이 가미된 밀가루 음식은 몸을 산성화 시키고, 유제품의 카제인이 장에 염증을 일으켜 체내 염증 반응을 유발하게 만듭니다.
밀가루는 끊기 어려운 존재입니다.
지금 당장은 아프기 때문에 끊더라도, 면역억제제와 비스테로이드항염제, 스테로이드제제 등으로 증상이 완화되면 자연스럽게 예전에 먹던 밀가루 음식이 그리워집니다.
그리고 밀가루를 먹고 어김없이 다시 통증이 시작됩니다.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이 밀가루를 평생 가까이 하면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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