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상과 스트레스 장애란?
누가나 적어도 한 번쯤은 죽을 뻔한 아찔한 상황이나 순간들을 접하게 됩니다. 너무나 충격적이기 때문에 며칠이 지나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위험했던 상황이 자꾸 떠오르거나 꿈에 나오기도 합니다.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그때의 충격적인 상황과 기억이 잊혀지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고를 경험하는 사람들 중 열에 한 명은 한 달 이상 지속적으로 악몽에 시달립니다.
사고에 대한 불안과 긴장이 가시지 않아 작은 소리에도 놀라는 극도의 예민한 상태와 이와는 정반대로 무기력한 상태가 번갈아 가며 나타나는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하게 됩니다.
스트레스 장애는 크게 급성 스트레스장애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급성 스트레스 장애(ASD)는 극심한 외상적 사건 직후에 시작되며, 1개월 미만의 기간 동안 지속되는 격렬하며 불쾌하고 정상 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반응입니다.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진단을 받습니다.
여기서 '외상(trauma)'이란 죽음, 심각한 부상 혹은 성폭력 등의 사건(외상사건, traumatic event)을 직접 경험하거나 타인에게 일어난 사건을 목격하는 것 또는 가까운 사람의 경험을 알게 되는 것 등을 말합니다.
이러한 외상 경험은 단순한 공포 반응뿐 아니라 심한 경우 무력감, 죄책감, 분노, 두려움 등의 지속적인 부정적인 감정 상태와 더불어 다양한 정신증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만성적 경과를 밟으면서 삶의 질이 나빠지고 독립된 생활이 제한을 받는 등 심각한 고통과 기능 저하를 가져옵니다.
대개는 전쟁이나 재난, 혹은 성폭행이나 교통사고 같은 아주 예외적이고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발생합니다.
한번 증상을 경험하게 되면 심한 불안감에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자극을 피하기 위해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게 됩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건장한 남자의 뒷모습만 보아도 위협을 느껴 외출이 힘들어지는 경우가 있고, 화재 사고 피해자들은 골목에 가스통을 보면 폭발하지 않을까 두려워 길을 돌아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과도한 불안감은 생활을 제한하여 심한 경우에는 집이나 방 밖을 나가지 않는 경우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정신적으로 약하거나 의지가 약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성별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올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고 초기에 적절한 대응을 하게 되면 이런 심각한 상황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사고에 대한 충격과 불안에서 더 빨리 회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중심으로 증상을 살펴보겠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주된 증상은 충격적인 사건의 재경험과 이와 관련된 상황 및 자극에서 회피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입니다.
외상을 겪고 나서 생존자들이 처음 느끼는 것은 살아남았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입니다.
하지만 이후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한 충격으로 많은 생존자가 주변의 소리나 자극에 대해 강렬하게 반응하거나 높은 각성상태로 고통을 받기도 합니다.
사건 발생 1달 후 혹은 1년 이상 경과된 후에 증상이 시작될 수도 있는데 환자는 해리 현상이나 공황발작을 경험할 수도 있고, 환청 등의 지각 이상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연관 증상으로는 공격적 성향, 충동 조절장애, 우울증, 약물 남용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집중력 및 기억력 저하 등의 인지기능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1) 침습적 증상
충격적인 외상을 경험한 사람의 경우 당시의 외상적 사건과 관련된 기억이나 감정이 자꾸 의식에 침투하여 재경험 하게되는 것을 말합니다.
외상을 재경험하는 것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만의 독특한 특징입니다.
즉, 의도하지 않더라도 외상 사건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이 자꾸 떠오르거나 꿈에 나타나기도 하고 그 사건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느낍니다.
외상적 사건과 비슷하거나 상징적인 내적 단서와 외적 단서에 노출된 경우 강렬한 심리적 고통을 받거나 땀이 나고 심장이 뛰는 등의 생리적 반응 등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2) 지속적 회피
외상 사건과 관련된 자극을 회피하기 위해 외상을 다시 생각나게 하는 활동, 장소, 사람들을 피하려고 하고 그와 관련된 기억, 생각, 감정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또한, 외상과 관련된 대화를 피하려 하거나, 중요한 활동에 참여하려 하지 않고 관심이 줄어들며 다른 사람들로부터 거리감을 느끼게 됩니다.
충격적인 경험을 회상하게 되어 다른 경험을 피하려는 노력은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 있지만, 습관적이고 만성적 회피는 외상에 대처하고 외상을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3) 인지와 기분의 부정적 변화
외상 사건과 관련된 인지와 감정에 있어서 부정적인 변화가 나타납니다.
외상 사건의 중요한 일부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외상 사건의 원인이나 결과를 왜곡하여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이나 타인을 책망하고 의미 있는 활동에 참여하지 못합니다.
이는 증상의 만성화, 심각도, 기능 손상의 정도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인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로 외상 사건에 대한 기억상실, 혹은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믿음(예: 나는 다 틀렸다, 세상은 믿을 수 없는 것으로 가득하다, 나는 낫지 않을 것이다 등)을 갖게 됩니다.
평소에도 과민하며 주의 집중을 잘하지 못하고 사소한 자극에 놀라는 반응을 보이며 짜증을 내거나 분노를 폭발하기도 합니다.
잠을 잘 이루지 못하거나 쉽게 잘 깨는 등 수면 곤란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공포, 분노, 죄책감이나 수치감과 같은 부정 정서를 나타내거나 다른 사람에게서 거리감과 소외감을 느끼면서 행복감, 만족감, 사랑하는 느낌 등의 긍정적 감정을 느끼기 어렵게 됩니다.
4) 지나친 각성 증상
심한 외상 이후 자율신경계가 과각성되어 항상 위험에 처한 것처럼 느껴 경계를 하며 지속적인 각성과 반응, 무모하거나 자기 파괴적인 행동 등을 하게 됩니다.
이는 공격성, 위험한 행동, 자살 사고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주로 타인을 때리거나 화를 내고, 걸핏하면 짜증을 부리는 등의 양상을 나타내고 무모한 행동, 자기 파괴적인 행동, 지나친 예민함 등이 나타납니다.
또한, 잠이 들거나 잠을 유지하기 힘들며, 작은 일에 쉽게 놀라고 집중하지 못합니다.
5) 기타 부수적인 문제들
해리 현상이나 공황발작을 경험할 수도 있고, 환청 등의 지각 이상을 경험할 수도 있으며 충동 조절의 어려움, 우울증 등이 나타나거나 기억력 저하 등의 인지기능 문제가 생깁니다.
6) 소아에서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소아에서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은 성인과 비슷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성인에서 나타나는 사고에 대한 악몽, 불안감 등은 소아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학령전기 아이의 경우 보호자와 떨어지는 것을 심하게 두려워하는 ‘분리불안’이 흔히 나타나고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더 어린아이처럼 구는 퇴행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잠들기 힘들고 자주 깨서 보채는 경우도 있고 사고와 관련된 자극을 피하는 것은 어른과 마찬가지입니다. 소아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사고를 주제로 한 놀이를 통해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모습도 보입니다.
◈ 스트레스 장애의 원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충격적인 사건 자체가 1차적인 원인이지만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모두가 이 질환을 경험하는 것은 아닙니다.
외상 사건 이전 요인, 외상사건 자체 요인, 외상 후 요인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현하므로 스트레스와 취약성 간의 상관관계가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인 중 60%의 남자와 50%의 여자가 상당히 의미 있는 사건을 경험하지만 실제 이 질환의 평생 유병율은 6.7% 정도로서 사건 경험 전의 심리적, 생물학적 사전 요인이 질환 발생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 사고 충격의 크기
더 큰 사고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다 자주 나타나는가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다릅니다. 오히려 개인의 기질, 경험이나 사고의 반복이 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과거에도 위험한 일을 당해 크게 놀란 적이 있거나 재난 상황(지진, 홍수)과 같이 위험 상황이 지속되는 경우 발생 위험이 높습니다.
또한, 신체 손상을 동반한 교통사고나 성폭력 피해처럼 신체적 통증이나 재판 진행으로 인해 사건을 계속 떠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더 오래 고통받습니다.
2) 뇌의 변화
뇌에는 위험한 상황에서 우리 몸을 준비시키는 ‘편도’라는 작은 기관이 있습니다. 이 부분이 활성화되면 우리가 위험을 의식하기도 전부터 신속히 몸을 움직여 위험을 피할 준비 상태를 만듭니다.
또한, 위험이 사라지면 ’전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이라는 부위가 활성화되어 이 경보 신호를 끄고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이러한 경보장치가 불필요하게 작동하고 잘 꺼지지 않는 상태입니다.
두 기관 모두 뇌의 깊숙한 곳에 있어서 쉽지 않지만 이를 조절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3) 다른 정신장애 관련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기존에 우울장애나 물질 관련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 같은 사고를 당해도 발생할 위험이 높고 사고 이후로 증상이 생긴 경우에도 다른 정신장애가 같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사고 이후에 불면이나 두려움을 음주로 해결하려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4) 위험인자
질환 발생과 연관된 위험인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렸을 때 경험한 심리적 상처의 존재
▷성격 장애나 문제
▷사회적 지지나 동료의 정서적 지원의 부족
▷여성, 저학력, 어린 나이
▷정신과 질환에 취약한 유전적 특성
▷아동기에 부모가 별거하거나 이혼한 경우
▷최근 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경우
*참고:
1)논문_박주언 외 2인, 외상 및 스트레스 관련 장애의 예방과 치료, J Korean Neuropsychiatr Assoc, Vol.55, No.2, 2016, 89p
2)논문_주경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약학정보원,팜리뷰, 2018, 2~3p
3)site_외상후스트레스장애,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 정신건강정보, 질환별 정보,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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