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물이 임신 경과 및 태아에 미치는 영향
임신 중에는 모든 약제를 피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대부분의 제약회사는 임산부의 약제 사용에 대 한 임상연구를 기피합니다.
더욱이 PDR (physician's desk reference: 미국의 의사가 참고로 하는 처방 의약품 정보 사전)에는 어떠한 약제라 할지라도 약제 사용에 따른 이득이 태아에 대한 위험성을 상회하지 않으면 임신 도중 사용할 수 없다고 기술되어 있습니다.
이는 실제 임상에서 의사결정 과정에 지침이 되지 못하는 선언에 불과합니다.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은 임신 중 약제의 안전성에 따라 의약품은 분류하였는데, 이 분류도 모호하여 해석이 쉽지 않습니다.
주치의와 환자 모두 결정적인 정보의 부족을 우려하지만, 임신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약제가 아니라 질병의 활성도 그 자체라는 사실과 따라서 염증성 장질환이 활동성이면 약제의 사용이 불가피함을 인정해야 합니다.
내과적 치료를 받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서 조산과 자연유산 등의 불량한 임신 경과를 보일 수 있지만, 내과적 치료 자체를 독립적인 변수로 하여 분석해 보면 임신의 경과 및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임신 여부에 따른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 치료 약제의 영향 및 효능에 대한 무작위 연구는 아직까지 없습니다.
일부 전향적 연구는 있으나 대부분은 치료 후 추적 관찰을 한 것입니다.
산모의 질병이 악화되면 태아에게도 나쁘다는 사실은 당연하므로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은 반면에 관해 유지를 위해 약제를 사용하는 문제는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환자는 물론 환자의 배우자와 주치의가 질병의 활성도와 약제가 임신의 경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충분하게 토의한 다음 약제 사용 여부를 합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지사제 및 대증요법제
염증성 장질환에서 지사제와 진경제 및 진통제는 대증요법제(병의 원인 치료가 아닌,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치료법)로 흔히 사용됩니다.
로페라마이드는 태아의 기형이나 자연유산, 조산, 저체중 등과 연관되지 않으므로 초기를 포함한 임신기간 중에 사용하여도 안전하다고 인정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배변 횟수의 증가가 질병의 활성화를 시사하는 소견인지 명확하게 한 이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디페녹실레이트와 아트로핀은 동물에서 기형을 유발하며 임신 초기에 노출된 태아의 기형이 보고되었습니다.
진경제와 항콜린제는 비록 생명을 위협하는 기형은 아니지만, 선천성 기형과 연관된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임신기간 중에는 피해야 합니다.
코데인은 기형을 유발하지는 않으나 신생아에서 드물게 약제 의존 또는 금단현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 중에도 안전한 반면, 아스피린과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는 태아의 폐동맥압 항진증과 출혈을 유발할 수 있으며 분만 시간을 지연시키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 설파살라진
염증성 장질환에 대한 치료제로 설파살라진은 50년 이상 사용되어 왔습니다.
비록 설파살라진과 대사산물인 설파피리딘이 태반을 통과하므로 태아의 혈청 농도는 산모의 농도와 동일하며 임신기간 중 설파살라진 사용과 연관된 선천적 기형에 대한 증례 보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연구에서 태아에게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헝가리에서 Norgard 등은 1980년부터 1996년 사이에 태어난 22,865명의 선천성 기형을 가진 신생아와 38,151명의 기형이 없는 신생아를 비교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기형군 중 17명(0.07%)과 대조군 중 26명(0.07%)에서 설파살라진에 노출되었음을 관찰하고 설파살라진 치료가 선천성 기형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설파살라진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신경관 발생에 필수적인 엽산을 하루 1~2mg 보충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Leicester 지역의 환자를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설파살라진을 복용하는 남성 환자의 자식에서 선천성 기형의 빈도가 복용하지 않는 환자 자식에서의 빈도보다 높지만 정상 대조군의 빈도와 차이가 없었습니다.
◈ 메살라진(5-ASA제제)
염증성 장질환의 일차적인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메살라진을 복용하는 산모와 그 태아의 혈청에서 5-아미노 살리실릭산(5-ASA)과 대사산물인 아세틸-5-아미노 살리실릭산이 검출됩니다.
염증성 장질환을 치료하기 위하여 임신 중 메살라진을 사용하는 경우 사산과 조산의 빈도가 높다는 보고가 있으나, 질병이 원인인지 약제가 원인인지 구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메살라진 복용과 연관된 신장 간질 손상의 증례 보고가 있기는 하지만, 여러 연구에서 메살라진의 임신기간 중 사용에 대한 안전성이 검증되었습니다.
프랑스에서 수행된 펜타사 시판 후 조사 결과에 의하면 하루 1.5~4g을 복용한 여성 환자에서 태아 기형의 빈도는 3.1%로 정상 대조군 기형의 빈도 범위인 1.7~3.4%에 속합니다.
Diav-Citrin 등은 캐나다의 토론토에서 임신기간에 하 루 평균 2g의 메살라진을 사용한 165명의 여성을 건강 대조군과 전향적으로 비교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메살라진 복용군에서 조산율이 높고(13.0% vs. 4.7%), 분만 시 신생아 체중이 낮았으나(3.25kg vs. 3.46kg) 선천성 기형의 빈도(0.8% vs. 3.8%)는 오히려 낮았으며 자연 및 인공유산율, 태아곤란도(fetal distress)의 차이는 없었습니다.
*태아 곤란: 산소 결핍으로 인해 태아가 신체적으로 받는 스트레스를 말합니다. 주로 태아에게 충분히 산소가 공급되지 않을 때 발생합니다.
이 연구에서 조산 또는 신생아 저체중은 활동성 질병으로 여러 약제를 병합하여 사용한 환자 때문이며, 관해 상태로 메살라진만 사용한 환자에서는 대조군과 임신기간 및 신생아 체중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메살라진 국소요법도 임신의 경과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메살라진은 설파살라진과는 달리 설파피리딘기를 함유하지 않으므로 남성 불임을 유발하지도 않습니다.
◈ 코르티코스테로이드(스테로이드)
코르티코스테로이드는 태반을 통과하며, 모유로도 낮은 농도이지만 분비됩니다.
산모와 태아 혈청 농도는 스테로이드의 종류에 따라 다른데, 프레드니솔론은 덱사메타손이나 베타메타손에 비하여 효율적으로 대사되므로 태아의 혈청 농도는 산모 혈청 농도의 약 10%에 불과합니다.
특히, 저용량의 프레드니솔론은 태반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태아에게 안전합니다.
따라서, 임신 도중에 사용이 필요하게 되면 프레드니솔론이나 태반의 효소(11-hydroxugenase)에 의하여 대사되기 쉬운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임신 도중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사용한 168명을 포함한 531명의 염증성 장질환 산모에 대한 연구에서 자연유산, 조산, 사산 및 선천성 기형의 빈도에 차이가 없음이 보고되었습니다.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산모의 신생아에서 부신기능의 억제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 임상에서 이런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염증성 장질환 여성 환자에서 최근 사용하기 시작한 부데소나이드를 포함한 다양한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제제가 태아에 유해하지 않다고 널리 인정되고 있습니다.
*참고:
1)논문_김원호, 염증성장질환과 임신, 대한장연구학회지, 2003;2, 147~149p
2)site_태아 곤란, 서울대학교병원, 건강정보, 의학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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