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면역질환인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대부분은 젊은 나이에 발병합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질환 경과 중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염증성 장질환은 장기간에 걸쳐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므로, 본인의 건강은 물론 성생활 및 수태, 임신, 분만 및 자식의 건강 등 여러 문제에 대해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 염증성 장질환의 유전
염증성 장질환의 발생 빈도는 국가 및 인종에 따른 차이가 클 뿐만 아니라 염증성 장질환 환자 특히 크론병 환자의 6~32%에서 가족력이 있습니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직계 가족에서는 대조군에 비하여 염증성 장질환의 유병률이 평균 10배 정도, 최대 29.1배까지 높다는 사실은 유전적 요인이 발병에 관여함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역학적인 자료와 더불어 최근에 염증성 장질환과 연관된 유전자에 대한 연구가 상당한 관심사가 되고 있으므로,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자신의 자식도 같은 질환이 발병할지에 대한 걱정이 많습니다.
그러나 염증성 장질환은 전형적인 멘델의 법칙을 따르는 유전적 질환은 아니어서 유전적인 소인도 작용하지만, 다른 요인도 복합적으로 관여하여 발병하게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가족 내 집단 발병은 인종에 따른 차이가 있어서 남캘리포니아에서 527명의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가족 2,493명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유태인이 아닌 환자의 직계 가족이 평생 동안 염증성 장질환에 이환될 예측 확률은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에서 각각 5.2%와 1.6%로 대조군에 비해서는 유의하게 높았습니다.
그러나, 유태인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 환자의 가족의 이환 확률인 각각 7.8%와 4.5%에 비해서는 유의하게 낮았습니다.
덴마크에서 전 국민의 입원 기록과 출산 기록을 분석한 보고에 의하면, 1977년부터 1992년 사이에 등록된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 환자수는 각각 11,785명 과 3,787명이었습니다.
인구 10만명 당 유병률은 궤양성대장염이 남자에서 81, 여자에서 102이고 크론병은 남자에서 31, 여자에서 50이었습니다.
궤양성대장염 환자 11,785 명에서 1958년 이후 11,022명의 자식이 태어났는데, 그중 56명에서 궤양성대장염, 13명에서 크론병이 발병했습니다.
크론병 환자 3,787명에서 태어난 3,472명 중에서는 19명에서 크론병이 그리고 13명에서 궤양성대장염이 발생하였습니다.
궤양성대장염 환자의 자식 중에서의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의 유병률을 전국적인 유병률과 비교하여 본 유병률비(PPR)는 각각 2.6과 5.1이었고, 크론병 환자의 자식 중에서는 각각 4.0과 12.8이었습니다.
발병 당시 나이의 다양성을 고려하여 볼 때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자식에서 평생 누적 발병 확률은 8.9~10.4%에 달한다는 예측과 부모가 모두 염증성 장질환인 경우 자식의 36% (12/33)가 발병한다는 보고는 상황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극단적인 자료입니다.
그러나, 환자의 자식에서 염증성 장질환의 유병률은 북서부 이탈리아에서 많은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다기관 연구에 의하면 0.4%(3/740)였습니다.
덴마크에서 범국가적으로 입원과 출산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0.7%(101/14,494)로 보고되어 우려한 만큼 문제가 심각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자식에서 염증성 장질환이 발병할 확률은 부모가 크론병인 경우 궤양성대장염에 비하여 높습니다.
염증성 장질환에 대한 감수성의 전달 패턴을 연구한 보고에 의하면, 아버지로부터 자식으로 보다 어머니로부터 자식으로 전달되는 경우가 흔하며, 자식 중에는 아들보다는 딸에서 흔히 발병합니다.
부모로부터 염증성 장질환이 상속되는 경우 질병의 종류뿐만 아니라 병변의 위치, 중증도 등 질병의 특성이 동일한 경우가 많으며 흔히 부모에 비하여 자식에서 더 일찍 발병합니다.
◈ 대인관계와 성생활
설사, 변실금, 체중감소, 성장장애 및 이차성징 발현의 지연 등 염증성 장질환의 증상이나 스테로이드 치료의 부작용 등으로 인하여 젊은 환자는 자신의 육체적인 매력이 손상받는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따릅니다.
특히, 소장 또는 대장조루술과 같은 인공항문(stoma)을 수반하는 수술은 육체적뿐만 아니라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게 됩니다.
따라서,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건강한 사람에 비하여 성생활에 문제가 있습니다.
크론병 환자에서 성생활의 빈도나 만족도에 대한 자료는 없지만, 궤양성대장염 환자에서는 앞서 언급한 이유 이외에도 11~62%가 경험하는 성교통과 최대 34%에서 나타나는 변실금에 대한 두려움 등이 성생활을 기피하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중증인 궤양성 대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수술 이전에도 환자의 16%에서는 성관계가 전혀 없고 20% 에서는 빈도가 감소한다고 합니다.
한편, 전대장절제술과 회장주머니-항문 문합술을 받은 환자의 23%에서 발생하는 질 건조증과 칸디다 감염, 7~26%에서 나타나는 성교통 및 3~16%에서 느끼는 변실금에 대한 두려움 등이 성적 만족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성교통이나 변실금에 대한 두려움은 수술 이후에 오히려 호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전반적으로 볼 때 전대장절제술과 회장주머니-항문 문합술 이후 74~90%의 환자에서 성적 만족도가 수술 전에 비하여 적어도 같거나 개선된다고 합니다.
◈ 염증성 장질환과 피임방법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피임방법은 건강한 여성과 다릅니다. 콘돔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피임효과가 확실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자궁 내 기구 (intrauterine device; IUD)의 삽입은 골반염에 의한 복통과 염증성 장질환의 악화에 의한 복통의 구별을 어렵게 하므로 절대적은 금기는 아니지만 권장되지 않습니다.
경구 피임약이 염증성 장질환의 빈도를 높이는지에 대해서는 일관된 견해가 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두 편의 증례-대조 연구를 제외한 초기의 여러 연구에서 경구 피임약이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의 빈도를 높인다고 보고(odds ratio 1.2~6)되었으나, 흡연의 효과를 배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빙성에 의문이 있었습니다.
에스트로젠의 농도가 높은 피임약을 주로 사용하는 유럽에서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흡연의 효과를 배제하더라도 크론병의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한편, 크론병 환자가 피임약을 복용하면 질병의 악화 또는 재발의 위험도가 높다는 보고도 있으나 궤양성대장염 환자에서 어떤지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현재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서 경구 피임약 복용에 대한 정해진 가이드라인은 없습니다.
경구 피임약은 종류에 따라 에스트로젠과 프로제스테론 농도의 차이가 있는데 환자의 병력, 출산력 및 개인적인 선호도에 따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염증성 장질환에서는 혈전증의 위험도가 높다는 사실을 감안하여 가능하다면 에스트로젠의 농도가 낮은 제제가 바람직합니다.
*참고:
1)논문_김원호, 염증성장질환과 임신, 대한장연구학회지, 2003;2, 141~1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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