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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이야기 2_병원 옮기기(전원)

류마티스관절염

by gaulharu 2020. 9. 1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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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마티스 질환이 아니더라도 치료를 받는 중에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병원과 의료진을 알아봐야 하고, 환자들의 평판도 찾아봐야 합니다. 

그리고 옮기려는 병원에 진료 예약을 해야 하는데, 원하는 날짜에 바로 예약하기가 어렵습니다.

 

유명한 의사분은 심지어 1년여간의 대기가 있는 경우도 있고, 보통은 1~4개월 간의 대기가 있습니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는 약(면역억제제 등)이 끊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옮기려는 병원에서 약을 처방할 때까지 이전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이 있어야 합니다. 

 

 

병원을 옮기기 어려운 경우는 3차 병원인 경우가 많습니다.

 

의사가 작성해야 하는 '진료의뢰서'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진료의뢰서 양식 일부>


2차 병원은 진료의뢰서가 없이도 진료가 가능합니다. 역시 약간의 대기가 필요합니다.

 

3차 병원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개인 의원보다 시스템적으로 낫긴 합니다.  

오늘은 병원을 옮긴 저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2차 병원 진료와 의사의 설득 

 

저는 이전 포스트에서 언급했듯이, 류마티스 전문 내과의원(1차 병원)에서 혈청음성 류마티스관절염을 진단받았습니다.

 

약 9개월 정도 진료를 받으면서 의사의 불친절과 3차 병원급의 긴 대기시간에 지쳐 다른 병원을 알아봤습니다. 

 

마침, 근처에 2차 병원이 있어 보름을 기다려 초진을 받았습니다.

 

일단 제 병에 대한 재진단을 받아봐야 할 것 같았고, 이왕이면 병원도 옮기고 싶었습니다. 2차 병원은 진료의뢰서가 필요 없습니다. 

 

그간 모아둔 검사결과지와 영상기록 CD를 제출했지만, 역시나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는 다시 재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검사 결과는 역시나 혈청음성 류마티스관절염이었습니다. 의사는 제게 왜 병원을 옮기려는지 물었습니다.

 

일던 제 병에 대한 진단을 확인하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병원을 옮기고 싶다고 했습니다. 

의사는 제가 다니고 있던 류마티스전문내과의원에서 본인보다 약을 세심하게 쓰고 있고, 능력 있으신 분이니 믿고 치료를 이어나가는 것이 어떠냐고 했습니다. 

 

 

본인에게 치료를 받는다면, 조금 위험하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으니 현재 먹는 면역억제제를 끊어보고 비스테로이드항염제 등으로 일단 조절을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저를 처음부터 치료한 것이 아니라, 제 상태를 정확히 모르는 상태로 본인이 이어받아 치료를 하는 것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환자를 거부할 수는 없으니 좋게 에둘러 돌려보내려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저는 제 질환에 대한 재진단만 받고 원래 병원으로 돌아갔습니다. 

 

 

1차 병원에 대한 실망 

제가 원래 다니던 의원은 저희 지역에 몇 없는 류마티스내과로, 능력으로 유명한 분이셨으나 불친절하기로도 유명했던 곳입니다.

 

현재는 예약제가 도입되어 대기가 길어도 30분 내외지만 예전엔 대학병원 못지않게 대기가 1~2시간이나 길어 아침 일찍 가서 진료시간 전에 대기해야만 하는 곳입니다.

그렇게 기다려 진료를 볼 때면, 의사는 열에 아홉은 불친절했습니다. 

궁금한 걸 물어봐도 성의 없게 대답하고, 환자의 얘기를 잘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열심히 얘기하면, 약 처방 등에 반영은 해주시니까 다닐 만은 했습니다. 

 

 

짜증을 내실 때도 있는데 정말 이유를 알 수 없어 도대체 왜 저러실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저 질문도 하지 말고, 얌전히 듣다 오는 거 말고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결국 1~2시간 기다려 3~4분 남짓 진료를 받고 집에 돌아올 때면, 기분이 참 좋지 않았습니다. 

왜 이런 대우를 받으면서 치료를 받아야 하나 싶어 종종 서러워졌습니다.

환자는 본인의 병만으로도 지치고 힘이 듭니다. 몸이 아픈 만큼 마음도 약해지는 경우가 많고 각종 스트레스에 쉽게 반응합니다. 

그런데 병을 치료해야 하는 병원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과연 그곳이 제대로 된 병원일까 싶습니다. 

 

류마티스 질환은 치료에 있어 기본적인 치료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의사별로 완전히 다른 처방을 하지는 않습니다. 사용하는 약도 한정되어 있습니다.

낯선 병에 대해 환자는 궁금한 게 많고 아무리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것들이 많습니다. 


진료 대기자가 많으니 오랫동안 의사를 붙잡고 있을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환자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 주시는 노력은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그렇게 상처를 받으면서 올해 7월까지 치료를 이어나갔습니다. 

 

 

그러다 의사가 놓아준 봉독주사로 인해 두 달 정도가 지나고서, 갑자기 손가락 관절 쪽 피부 부위가 가끔씩 갑자기 하얗게 변했다 돌아오고를 반복했습니다.

 

백반증인지, 레이노증후군인지 저는 심난하고 또 다른 병이 생긴 게 아닌가 싶어 걱정스러워 몇 날을 고민하다 병원 진료를 받았는데, 의사는 대수롭지 않아 했습니다. 

 

의사는 원래대로 돌아오면 별 거 아니라며 다시 그 봉독 주사를 처방했습니다. 부작용 없는 좋은 주사라고 얘기하면서.

결국 저는 왜 제 손가락 관절이 하얗게 변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해결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런 분께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할지 심각하게 생각했습니다. 왕복 3시간의 대학병원으로 옮겨야 할 때가 온 건가 싶었습니다.

매번 상처 받고, 이런 식의 치료를 계속 이어나갈 수는 없다는 생각에 제일 유명한 류마티스전문병원이 있는 3차 병원에 진료예약을 했습니다.  

해당 병원의 대표 의사는 올해 예약 자체가 불가능했지만 다른 분들은 한 달 내외로 진료가 가능했습니다. 

 

 

3차 대학병원으로 옮기기

 

대학병원은 특히 진료를 받으면 해당 의사가 퇴임하지 않는 한, 다른 의사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즉, 병원의 선택만큼 의료진의 선택도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3차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진료의뢰서와 의무기록 사본이 필요한데, 모두 의사에게 요청해야 합니다. 저는 바로 이 부분이 제일 어려웠습니다.  

의료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 병원을 옮기고 싶다고는 차마 말을 못 하겠고, 어떤 사유를 들어야 하나 싶었습니다. 

결국 저는 직장과의 거리를 이유로 옮기고 싶다고 얘기했습니다. 의사는 어느 병원으로 옮기는지 물어보고, 해당 병원 앞으로 서류를 준비해주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 후 원하던 대학병원에서 초진을 받았습니다. 

2차 병원 때처럼, 그곳의 의사 역시 저를 부담스러워했습니다. 

 

《첫째, 이미 다른 의사에게 1년이 넘도록 진료를 봐왔기 때문에, 저를 잘 알지도 못하고 어떤 치료를 해 나가야 할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둘째, 집과의 거리도 먼데, 굳이 멀리까지 와서 진료를 볼 정도로 환자의 상태가 심각해 보이지 않는다. 

 

셋째, 기존 치료를 해주던 의사도 잘하고 있는 것 같으니, 굳이 여기서 진료를 볼 필요는 없다. ≫

 

이렇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병원을 옮기는 데 부딪혀야 할 여러 개의 산 중 하나였습니다. 

 

 

면접을 보듯이, 의사에게 제가 왜 여기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설명을 드렸고, 솔직하게 기존에 진료받던 의사 선생님께 받았던 상처와 스트레스를 얘기드렸습니다. 

 

그렇게 겨우 진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3차 대학병원의 진단과 치료

 

혈액검사, 소변검사, 그리고 전체 골스캔 검사를 받았습니다. 

 

다행히 관절에 류마티스관절염이 진행되고 있는 소견은 보이지 않는다고 하셨고 염증 수치는 CRP, ESR 모두 정상범위였습니다. 하지만, 항CCP항체 수치가 올라, 양성으로 나왔습니다. 

 

1년 반 만에 혈청음성에서 혈청양성 류마티스관절염이 된 것입니다. 그러나 손발이 붓지 않아, 산정특례 대상자는 또 아니었습니다. 

 

손발이 붓는 것을 의사가 확인하면, 그때 산정특례를 신청해주겠다고 했습니다. 

 

 X-ray 상 특이하게 경추 2~3번 사이가 벌어져 있는데, 류마티스관절염이 진행되는 환자들이 종종 이런 상태인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50세 전후가 되면 류마티스관절염으로 크게 아플 거라고도 했습니다. 

 

 

류마티스관절염의 골든 타임인 6개월 이내 치료를 받으면, 예후도 좋고 관절의 변형도 막는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제 케이스는 관절의 변형을 아예 막기는 어려운가 봅니다. 

 

병원을 옮기고 얻은 많은 사실들이 좋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좀 더 절 살피고,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의사에게 제 상황과 궁금한 사항들을 여쭤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심지어, 손가락 관절 중심 피부의 탈색이 스테로이드 주사의 부작용인 것도 확인받았습니다. 

 

더 이상 정체모를 증상으로 불안해하지는 않아도 되어서, 충분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학병원 내 류마티스병원으로 따로 구분해, 많이 하는 검사들은 병원 내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고 류마티스 환자들의 채혈과 소변검사, X-ray 촬영 등을 따로 받을 수 있어 편리했습니다. 

 

심지어 3~6일 걸리는 혈액 검사도 1시간~1시간 30분 정도면 분석이 끝나기 때문에, 두 번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진료일에 조금 일찍 도착해 피검사를 하고, 대기하면 되니까 시간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만약, 현재 치료받고 있는 병원에서 진료로 몸과 마음이 힘들다면, 저는 병원을 옮기는 것을 고려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느 병원이 됐든, 제일 중요한 것은 환자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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