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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이야기 1_추측과 확진

류마티스관절염

by gaulharu 2020. 9. 5.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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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블로그는 주로 자가면역질환과 류마티스관절염에 관한 질환 정보를 위주로 다룹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오늘은 저의 질환인 류마티스관절염에 대해 써보고자 합니다.

 

저는 작년 2월(2019년)에 저희 지역 류마티스내과 개인병원에서 혈청음성 류마티스관절염을 진단받았습니다. 

 

처음 류마티스관절염의 증상인 조조강직이 나타났을 때, 무섭고 낯선 이 증상이 일시적인 증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흔한 눈떨림 증상처럼, 약사의 말대로 영양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영양제를 먹어도 조조강직 증상이 지속되고, 낮에도 손가락 관절들이 점점 더 심하게 아프기 시작하면서 일시적인 증상이 아니라는 강한 추측이 들었습니다. 

 

포털사이트를 뒤져가며, 제 병명을 추측할 수 있었고 저희 지역에 있는 류마티스전문내과를 방문했습니다. 

 

 

저의 강한 추측은, 몇 가지 검사와 진료를 통해 사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류마티스관절염도 낯선데, 혈청음성이라니 무슨 소리인지도 도통 알 수 없었습니다. 

 

의사는 류머티스관절염 초기 정도로 보이며, 염증 수치도 정상범위보다 조금 상승되어 있고 손과 발, 무릎이 부어있다고 했습니다.

 

사실 전 제 손과 발 등이 부어있다는 자각조차 없었습니다. 골밀도는 골다공증 직전 단계라고 했고, 빈혈도 있다고 했습니다. 비타민D는 결핍이였습니다.

 

 

갑상선은 기능저하 직전이라며, 초음파 검사를 진행했고 작은 결절이 있지만 경과 관찰하자고 했습니다.

 

의사는 늘 저와 같은 환자들을 마주 대해서인지, 류마티스관절염 책자를 주면서 설명을 마무리했습니다. 

 

확진을 받고, 처음에는 담담했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했었고, 일단 아프던 저의 증상의 이유와 병명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니 '왜 나한테 이런 병이 생긴거지? 내가 뭘 잘못한 거지?' 하는 자책과 병이 생긴 원인을 찾으려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이 인과응보일 수 없음을 알면서도, 저에게 닥친 이 시련의 원인을 안다면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닐까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확진을 받고 지금까지 치료를 받으며 내린 결론은 원인은 모른다였습니다.

 

원인을 찾는다며 행했던 그동안의 제 생활에 대한 자책도, 누군가를 향한 원망도 결국은 스스로에게 상처를 줄 뿐이었으니까요. 

 

 

가끔 블로그 글을 쓰려고 자료를 찾다보면, 가끔 류마티스 질환을 확진받고 두려워하시는 분들의 글을 볼 때가 있습니다.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일겁니다. 지금은 제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지만, 언젠가는 변형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류마티스 질환을 앓고 계신 분들은 그래서 우울증도 잘 찾아옵니다.

 

외과적인 수술로 치료가 끝나는 질병도 아니고, 기약할 수 없는 긴 싸움인 데다 겉으로 보면 아주 멀쩡하기에 주변에서도 크게 염려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류마티스 질환은 외로운 병이라고 했습니다. 본인만 힘든 병이 바로 이 병이니까요.

 

그래서였던 것 같습니다. 이 병을 단기간 내에 없애지 못한다면, 최소한 고통받는 제 몸을 위해서 노력해보자 싶었습니다. 

 

의학적 전문지식은 없지만, 제 병에 대해 최소한 공부는 해보자 싶었습니다. 류마티스관절염 관련 서적들을 읽고, 관련 카페에 가입도 하고 전문의사 블로그도 수시로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약을 줄이기 위해서 식습관을 개선해, 염증을 줄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체력과 컨디션에 맞춰 되도록 매일 공원 등을 걷고, 저녁에는 스트레칭으로 가볍게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자는 시간을 당겨서 되도록이면 늦게 자는 습관도 고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 습관만은 고치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즐겨먹던 밀가루와 가공식품, 튀긴 음식, 커피, 유제품 등을 완전히 끊었습니다. 생일이나 검사결과가 좋게 나오는 날은 예외로 뒀습니다. 인생에 낙이 있긴 해야하니까요.

 

처방받은 약이 늘어날 때면 어깨가 처져서 집으로 돌아오고, 약이 줄면 참 감사했던 것 같습니다.

 

항진되어 있는 잘못된 제 면역시스템을 억제시키는 면역억제제가 항암제로 사용되는 약이라는 말에 좌절하기도 했고,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몸이 가라앉는 것 같고, 피로하고 자꾸 잠이 오고 그랬습니다. 

 

그러다보니 수많은 약물 부작용으로 이 질병에 더해질 합병증에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류마티스관절염을 치료받은 지 1년 반 정도가 지났습니다. 지금은 저의 병을 죽을 때까지 함께 해야할 애증의 친구로 받아들였습니다. 

 

몸에 안 좋은 음식을 먹지 못하게, 나쁜 생활 습관을 고치도록, 게을러지려는 저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 또한 류마티스관절염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조조강직은 없지만, 올해 초 이사를 가면서 무리하게 손가락 관절을 사용해 손가락에 관절염이 왔습니다.

 

증상이 많이 좋아져있어 방심한 탓입니다.

 

골관절염과는 다른 질환이니 손을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겠다 싶었습니다. 현재로서는 그저 덜 움직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통증이 덜한 방법일 뿐입니다.

 

류마티스관절염이고 현재 아프지 않더라도 손을 비롯한 관절 사용에 조심해야 합니다. 이런 말을 누군가 해줬더라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텐데.. 싶긴 합니다.

 

당장은 아프지 않더라도 다른 곳에 비해 취약해져 있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밤에 손과 발에 열감이 있습니다. 어떨 때는 낮에도 손이나 발에 열감이 올라올 때가 있고 저릴 때도 있습니다.

 

확실히 낮보다는 밤에 증상이 더 나타나고, 상태가 안 좋습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확실히 병이 악화됩니다. 몸이 아파오는 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 병을 앓으면서 감정의 변화도 커지기도 했지만, 스트레스에 특히 많이 취약해졌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을 다스려야만 스스로가 살 수 있습니다. 

 

 

가족과 친한 지인 몇 명 외에는 제 병에 대해 얘기한 적이 없습니다.

 

무슨 자존심인지... 동정받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 동정으로 저는 또 다른 상처를 받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저는 멀쩡한 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정말 언제가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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