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저항성과 만성 고혈당을 포함한 다양한 대사 이상을 동반하고 있으므로 혈관내피세포 기능장애가 발생하고 혈소판 응집력이 증가됩니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증가하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항혈소판제 사용을 고려합니다.
항혈소판제는 혈액 중 혈소판의 응집을 억제하여 혈전의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입니다.
일반적으로 심근경색, 뇌경색, 협심증 등의 재발 방지, 관상동맥 질환 관련 시술 후 혈전 생성 억제 등을 위해 사용됩니다.
현재 사용 가능한 항혈소판제에는 아스피린(cyclooxygenase-1 억제제), P2Y12 수용체 억제제, 트롬빈 수용체 길항제 [보라팍사(vorapaxar)], 실로스타졸(프레탈Ⓡ), 트리플루잘(디스그렌Ⓡ), 사포그릴레이트(안플라그Ⓡ)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P2Y12 수용체 억제제에는 티에노피리딘(thienopyridine) 계열의 클로피도그렐, 티클로피딘, 프라수그렐(prasugrel)과 트리아졸로피리미딘(triazolopyrimidine) 계열의 티카그렐라(ticagrelor)가 있으며, 최근 단독 또는 병용요법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발표되었습니다.
◈ 대표적 항혈소판제 '아스피린'에 대한 연구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 질환 예방에 항혈소판제 사용이 필요하다는 기본적 개념에도 불구하고, 대표적 항혈소판제인 아스피린에 대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그 효과를 단정 짓기가 어렵습니다.
과거 미국당뇨병학회와 미국심장학회에서도 여러 연구를 바탕으로 40세 이상 또는 부가적인 심혈관 위험인자를 동반한 당뇨병 환자에게 1차 예방을 위한 저용량 아스피린의 사용을 권고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연구들은 대상군이 충분하지 않았거나 몇몇 오래된 연구 자료들을 배경으로 제시된 것이었습니다.
▷저용량 아스피린의 심혈관 질환의 1차 예방 효과 연구
50세 이상의 제2형 당뇨병 환자 1,031명을 대상으로 저용량 아스피린의 1차 예방 효과를 관찰한 한 연구에서는 하루 100mg의 아스피린 사용이 심근경색증, 심혈관 사망, 뇌졸중 등의 발생을 감소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는 아스피린 저항성의 가능성과 함께, 보다 대규모 연구의 필요성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40세 이상의 제1형 및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아스피린(100mg/day) 사용이 관상동맥 질환과 뇌졸중에 의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증과 뇌졸중을 포함한 1차 주요 결과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상과 같은 1차 예방 목적의 저용량 아스피린 사용에 대한 논쟁의 해결책으로, 2010년 미국에서는 여러 기관들이 공동 의견으로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10년 위험도 10% 이상)인 제2형 당뇨병 환자는 1차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100mg/day)을 포함한 항혈소판제의 사용을 고려한다는 새로운 권고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은 혈관 질환의 병력이 없는 성인 당뇨병 환자로 남자 50세, 여자 60세를 각각 초과하며 심혈관 질환의 가족력, 고혈압, 흡연, 이상지질혈증, 알부민뇨 등의 부가적인 위험인자 중 최소 한 가지 이상을 동반한 경우로 정의합니다.
출혈 위험이 높지 않은 경우 1차 예방을 위한 저용량(100mg/day) 아스피린 사용을 고려하도록 하였습니다.
Anti-Thrombotic Trialists (ATT)는 이 권고안의 근거가 되는 6개 대규모 연구의 메타분석 자료로 전체 95,000명 중 약 4,000명의 당뇨병 환자가 포함되었으며 당뇨병군과 비당뇨병군에서 결과의 차이는 없었습니다.
이 연구의 주요 결과들을 보면, 아스피린(75~500mg) 사용군에서 전체 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는 12%, 비치명적 심근경색증은 23%까지 감소하였습니다.
반면 심혈관 사망과 뇌졸중에 대한 효과는 적었고, 특히 출혈성 뇌졸중은 약 32% 증가하였습니다.
또한, 아스피린의 효과는 성별에 차이를 보여, 심혈관 질환은 남성에게서, 뇌졸중은 여성에게서만 각각 위험도를 감소시켰습니다.
▷JPAD(Japanese Primary Prevention of Atherosclerosis with Aspirin for Diabetes) 연구
30~85세의 일본인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JPAD 연구에서는 아스피린(81~100mg/day)의 심혈관 질환 1차 예방 효과를 관찰하고자 전향적으로 진행되었으며, 2008년 1차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1차 JPAD 연구의 전체 결과에서는 아스피린 사용에 따른 위험도 감소가 관찰되지 않았지만, 65세 이상 고령의 당뇨병 환자에게서는 유의한 감소(32%)를 확인하였습니다.
그러나 2017년 발표된 2차 JPAD 10년 무작위 대조군 추적연구 결과에서는 저용량 아스피린(100mg/day) 사용군에서 심혈관 질환 위험도의 유의한 감소나 출혈성 뇌졸중의 증가는 없었습니다.
반면 위장관 출혈은 대조군 대비 유의하게 증가하였습니다.(2% vs. 0.9%)
▷국내 후향적 코호트 연구
국내에서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05~2009년 자료를 바탕으로 당뇨병 환자에게서 허혈성 뇌졸중 발생의 1차 예방을 위한 저용량 아스피린 사용 결과를 분석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 결과가 2015년 발표되었습니다.
이 연구에서 저용량(75~162mg/day) 아스피린의 사용은 오히려 허혈성 뇌졸중으로 인한 입원의 위험도를 1.73배 증가시켰고, 1년 이상 추적 관찰한 환자에 대한 추가 분석에서도 위험도는 더욱 증가했습니다.(1.97배)
▷2018년 미국당뇨병학회 권고안
여러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2018년 미국당뇨병학회에서는 심혈관 위험도가 높은 제1형 및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서 출혈 위험도가 높지 않다면 1차 예방을 위해 저용량(75~162mg) 아스피린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권고안을 제시했습니다.
단,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을 이전과 달리 50세 이상의 남녀 당뇨병 환자 중 심혈관 질환의 가족력, 고혈압, 흡연, 이상지질혈증, 알부민뇨 등의 부가적인 위험인자 중 최소 한 가지 이상을 동반한 경우로 정의했습니다.
또한, 이전 권고안과 달리 성별에 따른 연령별 위험도 차이에 대한 내용을 삭제하였습니다.
▷ASCEND(A Study of Cardiovascular Events in Diabetes) 연구
최근 40세 이상의 영국 당뇨병 환자 15,480명을 대상으로 아스피린의 1차 예방 효과를 7.4년 동안 관찰한 ASCEND 연구를 살펴보면, 저용량(100mg/day) 아스피린을 사용한 군에서 심각한 혈관 질환 발생률은 대조군 대비 12% (8.5% vs. 9.6%) 낮았습니다.
하지만, 주요 출혈사건은 29% (4.1% vs. 3.2%) 높아,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보다 출혈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당뇨병 또는 관상동맥 질환의 병력이 없고 출혈 위험도가 높지 않은 남자 55세 이상, 여자 60세 이상의 중등도 심혈관 위험 동반 환자에게서 아스피린의 1차 예방 효과를 관찰한 ARRIVE 연구에서는 주요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는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출혈 위험도는 2.11배 증가하였습니다.
▷ASPREE(Aspirin in Reducing Events in the Elderly) 연구
영국의 연구와 유사한 결과로 미국과 호주에 거주하는 70세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저용량 아스피린의 심혈관 질환 1차 예방 효과에 대해 4.7년간 추적 조사한 ASPREE 연구(당뇨병 환자 11% 포함)에서도 아스피린은 심혈관 질환을 유의하게 감소시키지 못했습니다.
반면 주요 출혈 위험도는 1.38배 증가하였습니다.
◈ 아스피린의 심혈관 질환의 1차 예방 가능성
지금까지의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출혈에 대한 위험도만 없다면,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인 성인 당뇨병 환자에서의 1차 예방을 위한 아스피린의 사용은 선별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단, 연구 결과를 반영한다면 70세 이상 고령의 당뇨병 환자와 심혈관 위험도가 낮은 환자에서의 아스피린의 사용은 효과 대비 부작용 발생의 위험도가 높을 것으로 예측되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일부 연구에서 제안하듯이 아스피린 사용 전 출혈 위험도가 높은 환자에 대한 사전 선별검사의 필요성이나 출혈 예방을 위한 추가적 치료의 병행에 대해서는 아직은 결론짓기 어렵습니다.
▷새로운 항혈소판제제의 가능성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항혈소판제제에 대해서도 주목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이 약제들 중 일부는 비가역적 약물작용을 보이는 아스피린과 달리, 가역적 반응과 비교적 짧은 작용시간으로 인해 출혈에 대한 상대적 안전성이 보고되었습니다.
따라서 추후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 질환 1차 예방을 위한 보다 안전한 항혈소판제 사용에 대한 새로운 권고안 또한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참고:
1)소책자_2019 당뇨병 진료지침 제6판, 대한당뇨병학회, 2019, 101~1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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