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은 다른 어떤 암보다도 조기 진단이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실제로는 조기 진단이 어려운 까닭은 췌장암의 발생 기전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췌장암의 원인으로는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몇 가지 위험요인이 밝혀졌거나 추정되고 있는 정도입니다.
유전적 요인으로는 K-Ras(케이라스)라는 유전자의 이상이 특히 주목됩니다. 췌장암의 90% 이상에서 이 유전자의 변형이 발견되었습니다.
환경적 요인 가운데는 흡연이 발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위암이나 대장암과 비교했을 때 이 밖에도 몇 가지 환경적인 요인이 관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육류 소비와 음식물의 지방 함량이 췌장암 발생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보고가 있으나 확실치는 않습니다.
과일, 채소, 식이섬유소, 비타민 C 등이 췌장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보고 역시 명확히 입증되지는 않았습니다.
췌장암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요인을 살펴보겠습니다.
◈ 위험요인 1_흡연
췌장암의 발생과 관련이 깊은 발암물질은 담배입니다. 흡연을 할 경우에는 췌장암의 상대 위험도가 2~5배로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담배는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입니다. 다른 장기에 흡연과 관련하여 악성 종양(두경부암, 폐암, 방광암 등)이 생겼을 경우에 췌장암의 발생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췌장암의 3분의 1 가량이 흡연으로 인한 것이며,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췌장암 발생 위험도가 1.7배라고 합니다.
담배를 많이 피울수록 췌장암에 걸릴 위험은 더욱 커지는데, 하루에 한 갑 이상의 담배를 피울 때 췌장암에 걸릴 위험은 3배 이상으로 커집니다.
담배를 끊었을 경우, 10년 이상이 지나야 췌장암에 걸릴 위험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만큼 낮아집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흡연이 췌장암을 유발한다는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인간에 대한 발암물질로 규정했습니다.
따라서 췌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담배를 피우지 말고, 간접흡연도 피해야 합니다.
◈ 위험요인 2_비만
비만인 경우 췌장암 발생 위험도가 증가한다고 보고되었으나 연구 결과들이 일치하지 않아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세계암연구기금에서는 비만이 췌장암의 확실한 원인의 하나라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체질량지수 (body mass index, BMI)가 5kg/㎡ 증가할 때마다 췌장암에 걸릴 위험은 12%씩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만하면 정상체중에 비해 췌장암 발생 위험이 여자는 37%가량, 남자는 무려 3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췌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체격에 맞는 건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위험요인 3_당뇨
당뇨는 췌장암의 원인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췌장암과 연관된 2차적인 내분비 기능 장애가 당뇨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앞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는 5년 이상 당뇨를 앓고 있는 환자들은 췌장암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등의 연구 보고가 있습니다.
인과관계를 이와 반대로 보는 견해의 근거는, 췌장암을 진단받기 2년 전쯤에 흔히 당뇨가 발생하고, 그런 환자가 수술을 통해 암을 제거하면 3개월 이내에 당뇨가 호전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어느 견해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당뇨를 장기간 앓고 있는 사람과 가족력 없이 갑자기 당뇨 진단을 받은 사람은 일단 췌장암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제2형 당뇨)가 있는 경우, 췌장암 발생 위험은 1.8배로 높아집니다.
우리나라 췌장암 환자의 당뇨 유병률은 28~30%로 일반인의 당뇨병 유병률(7~9%)의 3배 이상입니다.
*유병률: 어떤 시점에 일정한 지역 혹은 집단의 인구 중 특정 질환의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합니다.
당뇨병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고, 만일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주의 깊게 관리해야 합니다.
◈ 위험요인 4_만성 췌장염
만성 췌장염은 정상적이던 췌장 세포들이 염증을 앓는 가운데 섬유조직으로 변해가면서 췌장 전체가 매우 딱딱해져 기능을 잃게 되는 병입니다.
처음부터 만성형으로 발병하기도 하고, 반복적인 급성 염증이 만성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서구의 경우 10만 명당 5~10명의 빈도로 발생하며, 일본은 더 높은 빈도를 보입니다.
만성 췌장염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음주입니다. 췌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음주를 자제하고, 술은 하루 2잔 이내로만 마시도록 합니다.
또한, 매우 드물지만 유전성 췌장염도 췌장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성 췌장염이 있으면 췌장암의 위험이 증가하므로 이것을 췌장암의 원인 질환으로 봅니다.
만성 췌장염과 췌장암을 구별하기가 매우 어려운 경우도 있는데, 췌장염은 생명에 지장이 없으나 암은 치명적인 병이므로 철저한 감별 진단이 필요합니다.
◈ 위험요인 5_유전력(가족성 췌장암)
직계 가족 가운데 50세 이전에 췌장암에 걸린 사람이 하나 이상 있거나, 발병한 나이와 상관없이 직계 가족 가운데 췌장암 환자가 둘 이상 있다면 가족성 췌장암이 아닌지 의심해야 합니다.
의사와 상의하여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족성 췌장암에서 특별한 유전적 이상이 확인된 바는 아직 없지만, 유전적 소인과 유전자 이상도 췌장암 발생에 관여하는 것으로 의심됩니다.
다른 악성 종양 없이 한 가계에서 3대에 걸쳐 췌장암이 발생한 사례가 있습니다. 또한, 유전적 소인이 췌장암 원인의 약 10% 정도를 차지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유전적 소인에 대해 밝혀진 것은 많지 않으나, K-Ras(케이라스)라는 유전자의 변형이 췌장암의 90% 이상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합니다.
이는 모든 암종에서 나타나는 유전자 이상 가운데 가장 빈도가 높은 것입니다.
◈ 위험요인 6_나이
나이는 췌장암뿐 아니라 다른 암들의 발생에도 중요한 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췌장암 발생률은 높은 연령대에서 크게 증가합니다.
일반적으로 췌장암 발생의 평균 나이는 65세로, 30세 이전에 췌장암이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50세 이전에도 많지 않습니다.
50세 이전에 췌장암이 발생했거나, 가족 중에 그 같은 환자가 있다면 가족성 췌장암일 가능성이 크므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 위험요인 7_음주
이전의 연구 보고들에서는 과음이 췌장암 발생 위험을 키운다는 주장이 많았으나, 많은 음주자가 흡연을 즐긴다는 점을 고려하면 술보다는 흡연의 영향이 컸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음주와 췌장암 발생 사이엔 유의미한 관계가 없다는 보고가 많습니다.
그 관계는 또 인종과 성별에 따라 다르고, 술의 종류나 음주량, 술을 마신 기간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그러나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은 췌장염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췌장암 발생과 적어도 간접적으로는 관련됩니다.
◈ 위험요인 8_식이
최근 들어 식이(食餌) 또는 식이 습관이 췌장암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러 역학 연구에서 육류나 지방, 탄수화물의 과도한 섭취, 과다한 열량과 높은 체질량지수(BMI)가 췌장암의 위험도를 높이는 반면 신선한 과일과 채소류, 비타민 등은 위험도를 낮추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 키와 몸무게를 이용하여 비만의 정도를 측정하는 것으로,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입니다.
특히, 붉은 고기나 햄, 베이컨, 소시지와 같은 가공 육류는 췌장암 발생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세계암연구기금에 따르면, 붉은 고기를 하루 20g씩 섭취하면 췌장암 발생 위험이 11% 증가하며, 따라서 붉은 고기 섭취는 일주일에 300g을 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설탕이나 당이 가미된 단 음식과 탄 음식은 췌장암 발생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식이 요인이므로,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 위험요인 9_화학물질
각종 용매제, 휘발유와 그 관련 물질, 살충제(DDT)와 베타나프틸아민(β-naphthylamine), 벤지딘(benzidine) 등의 화학물질도 췌장암의 위험인자로 알려졌습니다.
이 모두가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되지는 않았으나, 여러 연구에서 화학물질이 췌장암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석탄에서 발생하는 가스에 많이 노출된 사람은 췌장암 발생률이 매우 높으며, 탄소 연료인 코크스를 취급하는 사람들에게도 대장암과 췌장암이 많습니다.
석탄이나 타르 관련 작업자, 금속 제조나 알루미늄 제분 종사자, 기계를 수리하거나 자르거나 깎는 작업을 하면서 관련 유체(流體)에 많이 노출되는 사람들 역시 췌장암 발생 위험성이 높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아울러 방사선 노출 또한 위험인자로 생각됩니다.
췌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발암성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작업장에서 안전 보건 수칙을 지켜야 합니다.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작업 종사자는 본인이 어떤 물질에 노출되는지 알아야 하며, 발암성 물질을 취급하는 근로자는 반드시 보호구를 착용하고 안전 수칙을 엄수해 이러한 물질에 대한 노출을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참고:
1)site_췌장암, 국가암정보센터, 내가알고 싶은 암, 암의 종류
2)소책자_췌장암과 치료를 위한 안내,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안내서_질환편, 2017, 10p
3)소책자_국민암예방 수칙 실천지침-췌장암, 보건복지부, 2010, 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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