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물학제제(생물학적 제제, Biologics)란?
생물학제제는 살아있는 생물을 재료로 만든 치료제로, 면역항체나 혈액 성분들을 이용한 의약품이나 백신 등을 일컫습니다.
이러한 생체 유래물질 등은 체내에서 작용하는 과정에 독성, 감염성, 혹은 생물학적 작용 등을 일으키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우리가 접하는 '화학물질로 된 의약품'과 다르게 별도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생물학제제는 대부분 병을 악화시키는 특정 물질에 달라붙을 수 있는 단백질입니다.
다른 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표적치료가 가능해 화학 의약품보다 효과가 뛰어난 반면, 체내 대사 과정에서 독성 물질이 만들어지지 않아 부작용 위험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자가면역질환에 쓰이는 생물학제제의 목표물은 면역세포입니다.
면역세포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처럼 이부 이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자가면역질환에서는 이 면역세포가 자기 조직 자체를 적으로 인식해 몸의 여러 기관과 장기를 공격해 염증과 통증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렇다고 이 면역세포를 없애면 몸이 약해져 되려 더 큰 병에 걸릴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면역세포 사이의 연락물질(단백질)을 막아 면역세포의 활성도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면역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 물질을 통칭해 '사이토카인'이라고 부릅니다.
T세포, B세포, 대식세포 등 다양한 면역세포는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고 받아들이면서 면역 반응을 조절합니다.
지금까지 모두 150여 가지 종류의 사이토카인이 발견되었고, 이중 염증반응을 조절하는 대표적인 물질이 종양괴사인자(TNF)와 인터루킨(Interleukin, IL)입니다.
사이토카인을 억제하면 면역세포 활성도가 조절돼 증상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에, 자가면역질환에서 사이토카인 표적치료제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 TNF-α 억제제
생물학제제 중 가장 널리 활용되는 것이 TNF-α 억제제입니다.
장관의 염증에 있어 Tumor necrosis factor(종양궤사인자, TNF)-α가 가장 중요한 사이토카인이자 매개체로 염증 반응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물질입니다.
대식세포나 호중구 같이 염증을 일으키는 면역세포를 끌어들이는 동시에 활성을 높여 염증 반응을 유발, 악화시킵니다.
TNF-α 억제제는 TNF-α가 들어가야 할 수용체에 대신 결합하거나, TNF-α에 직접 작용해 염증 신호가 전달되는 것을 막습니다.
TNF-α 억제제의 장점은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에 효과가 검증됐다는 점입니다.
류마티스관절염을 비롯해 건선,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강직성척추염, 베체트병까지 폭넓게 활용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치료제 종류에 따라 효과적인 질환이 다른 이유는 치료제에 활용하는 단백질이 100% 똑같지 않아 나타나는 현상으로, 같은 TNF-α에 작용해도 치료제로 쓰는 단백질 구조는 모두 다릅니다.
이런 단백질이 어느 부위에 얼마나 많이 달라붙느냐에 따라 TNF-α를 억제하는 정도는 차이가 있습니다.
단, 모든 사람에게 TNF-α 억제제가 효과적인 것은 아닙니다. 같은 질환을 앓아도 어떤 환자는 TNF-α가 염증 반응에 크게 관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TNF-α 억제제를 주입해도 큰 효과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또, 환자의 1/3 가량은 중화항체가 형성돼 치료제 내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갈수록 효과가 떨어지는 것입니다.
드물지만 다른 질환에 걸릴 위험도 있습니다.
TNF-α는 체내에서 암세포(종양)를 비롯해 결핵륜을 죽이는 작용을 하는데, 이 기능이 줄어들면 림프종이나 흑색종 등 암과 결핵의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TNF-α 억제제인 infliximab(인플릭시맙), adalimumab(아달리무맙), golimumab(골리무맙)은 중등도-중증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서 관해 유도와 유지 치료에 효과적입니다.
단클론 항체로 가장 처음 개발된 생물학제제인 infliximab(인플릭시맙)은 대표적인 TNF-α 억제제로 항염증약이나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등에 반응을 하지 않는 환자에게 사용됩니다.
인플릭시맙은 이전 약제들에 비해 우수한 증상 호전과 점막 치유 효과를 나타냅니다.
아쉬운 것은 TNF-α 억제제는 신체 광범위한 부위에 작용하기 때문에 이상반응이나 부작용, 감염이 발생할 확률이 비교적 높습니다.
질환 | 레미케이드, 램시마 (인플릭시맙) |
휴미라 (아달리무맙) |
심포니 (골리무맙) |
궤양성 대장염 | O | O | O |
크론병 | O | O | - |
건선 | O | O | - |
베체트병 | - | O | - |
강직성척추염 | O | O | O |
류마티스관절염 | O | O | O |
◈ IL(인터루킨)억제제
의료계가 또 다른 사이토카인 표적치료제인 IL억제제에 주목하는 이유는 IL억제제가 TNF-α 억제제의 대안으로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IL(인터루킨)은 TNF-α와는 다른 경로로 염증 반응을 일으킵니다. 즉, TNF-α 억제제가 듣지 않는 환자도 IL을 억제하면 증상이 나을 수 있는 것입니다.
IL은 TNF-α와 달리 각 질환별로 염증 반응에 작용하는 IL의 종류가 각각 다릅니다.
면역 질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신호전달 경로를 표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에 TNF-α길항제보다 이상반응, 부작용 및 감염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또한, 기존에 사용되던 TNF-α 억제제의 치료 반응률은 약 60~70%입니다. 그중에서도 30~40%는 시간이 경과하면 약효과 떨어집니다.
결과적으로 전체 TNF-α 억제제 투여 환자의 약 절반가량은 약효의 문제로 다른 약을 사용해야 하는데, IL억제제가 그 대안이 될 수 있어 치료의 옵션이 넓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①IL-17A 억제제: Secukinuma(세쿠키누맙 / 제품명: 코센틱스), Ixekizumab(익세키주맙 / 제품명: 탈츠)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지만 지속 시간은 비교적 짧아, 한 달에 한 번은 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②IL-12/23 억제제: Ustekinumab(우스테키누맙 / 제품명: 스텔라라)
IL-12와 IL-23 수용체에 공통으로 붙는 p40subunit을 억제해 염증을 억제하도록 돕습니다.
IL-12, IL-23의 신호 전달 체계를 차단하지 않으면 신호전달경로가 활성화되는데, 이것이 염증을 유발하고 지속하게 하는 경로가 됩니다.
임상적으로 이 신호전달 경로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궤양성 대장염이 지속되고 조절이 안됩니다.
투여 횟수는 1년에 4번으로, 처음에만 정맥 주사로 투여하고 그다음부터는 피하주사로 투여합니다.
기본적으로 3개월에 한 번 투여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직접 병원을 방문하는 횟수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③IL-23 억제제: Guselkumab(구셀쿠맙 / 제품명: 트렘피어)
T세포의 분화를 조절하기 때문에 IL-17억제제보다 효과가 다소 늦게 나타나지만 지속시간은 깁니다. 2개월마다 한 번씩 맞게 됩니다.
*참고:
1)site_박정렬, 「[약이야기]건선·크론병에 효과 좋고 부작용 적은 생물학적 제제 아시나요?」, 중알일보 헬스미디어, 2018
2)site_최원석, 「혈전증 위험 고용량 '젤잔즈',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의협신문, 제약·산업,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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