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푸스(Systemic Lupus Erythematosus), SLE)는 늑대를 의미하는 라틴어에 기원을 두고 있는데, 늑대에 물리거나 긁힌 자국과 비슷한 피부발진이 얼굴에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얼굴에 생긴 발진이 염증으로 인하여 빨갛게 보인다는 것이 알려진 후에는 '홍반성 루푸스'라고 불렀고, 피부 이외의 다른 장기에도 염증이 발생하는 것이 밝혀지면서 '전신홍반루푸스'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전신홍반루푸스는 만성 염증성 자가면역질환으로 결합조직과 피부, 관절, 혈액, 신장 등 여러 기관을 침범하는 전신 질환입니다.
대부분 신체의 일부 장기에만 증상이 나타나는 경미한 경우도 있는 반면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합병증이 동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신홍반루푸스는 전신홍반낭창이라고도 부르며, 흔히 줄여서 루푸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자가면역질환은 환자의 면역체계의 이상으로부터 발생합니다. 이물질(외부항원)이 체내로 들어오면서 체내 세포 및 조직의 항원과 다르다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결국 자기 자신의 세포로부터 유래된 항원을 공격하는 항체를 만들게 되는데 흔히 자가면역질환 진단 검사로 받아보는 '자가항체'가 바로 이것을 의미합니다.
자가항체는 자가항원과 작용하여 면역복합체를 형성하고, 조직 안에 축적되어 염증을 일으키고 조직과 세포를 손상시키고 염증을 만들고 통증을 유발합니다.
일반적으로 루푸스는 몇 개의 기관에만 병이 생기는 경미한 질환이나, 일부 환자의 경우에서는 우리 몸의 주요 장기인 신장, 뇌, 심장, 폐 등을 침범하여 심한 증세를 유발해 생명이 위독해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쇼그렌증후군, 용혈성 빈혈, 갑상선염, 특발저혈소판자색반병(ITP) 같은 다른 자가면역질환들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루푸스는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약 10배 정도, 연령은 20대 초반에서 40대 중반인 사람이 많습니다. 루푸스의 약 15~20%는 어린이에게서 진단됩니다.
지역별로 발병률도 상이한데,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및 미국 원주민 출신 사람들에게서 발병률이 높은 편입니다.
미국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15~50명 정도로 추산되며 15~45세까지의 가임기 연령기에 주로 발생합니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인구 10만 명당 26.5명 정도로, 약 2만여 명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30대 유병률이 10만 명당 33명으로 가장 높았고,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 루푸스의 원인
자가면역질환은 원인이 명확하지 않으나, 대체적으로 원인으로 생각되는 것들이 비슷합니다.
유전적 소견과 유발 인자, 환경적 요인, 그리고 특정 바이러스 감염이나 과도한 스트레스 등에 의해 면역 체계의 이상 등입니다.
루푸스는 유전병은 아니지만, 유전적 소인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정 유전인자를 갖고 있는 경우 루푸스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으나, 인종적인 차이와 일부 환자에게서만 연관성을 보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생리 시작이나 임신 중에 루푸스의 증상이 일부 심해지는 것으로 볼 때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이 질환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남자와 초경 전 및 폐경 후에도 발병하기 때문에 다른 요인들도 관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가면역성 갑상선염과 같이 공격 목표가 한 장기에 국한되는 경우도 있으나, 전신홍반루푸스는 피부, 관절, 폐 및 늑막, 심장 및 심낭, 신장,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혈관, 뇌 등 여러 장기를 침범하므로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방법을 통해 80~90% 환자는 정상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 루푸스의 증상 및 징후
대부분의 루푸스 증상들은 다른 병의 증상과 비슷하고, 생겼다 없어졌다를 반복하며 시간이 경과하면서 질환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서둘러 진단검사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붉은 발진, 특히 코와 뺨에 걸친 나비 모양의 발진
▷간헐적인 발열
▷체중 감소, 식욕 감소
▷지속적인 피로와 쇠약, 불쾌감
▷햇빛에 노출 시 피부 발진이 생기거나 악화됨
▷관절 통증
▷근육통
▷탈모
▷두통, 심할 경우 경련이 동반
▷호흡 시 가슴 통, 호흡곤란
▷하지부종
▷신장, 폐, 심장의 내벽, 중추 신경계의 손상과 염증
▷혈관계 손상과 염증, 빈혈, 자반증(멍이 잘 생김)
▷구강궤양
▷신경장애
▷레이노 현상: 추위나 스트레스에 의해 손가락이나 발가락, 코, 귀 등의 말초혈관이 수축을 일으키거나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키는 현상
◈ 루푸스의 종류
루푸스는 세 가지로 질환의 형태를 나눕니다.
▷전신성 루푸스
보통 루푸스라고 할 때는 전신홍반루푸스를 지칭합니다. 루푸스 중 제일 심한 증상을 보이며, 신체 거의 모든 장기와 조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주로 피부와 관절을 침범하며, 신장, 폐, 뇌신경계, 혈액 혹은 기타 기관들에 병이 침범할 수 있습니다. 신장질환은 전신성 루푸스 환자에게 자주 발생합니다.
또한, 성인 발병에 비해 어린 나이에 발병한 경우 더 자주 발생합니다.
심장과 중추신경계와 같은 기관과 조직들의 손상은 발작, 우울증, 정신병이나 두통, 뇌졸중으로 이어지는 혈전, 폐색전증을 포함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증상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치료와 예후도 환자별로 다를 수 있습니다.
치료의 목표는 완치보다는 질환을 잘 조절함으로써 장기 침범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대개 병의 악화와 완화가 반복되는 양상을 보이지만 일부 환자는 병이 완치된 것과 같은 무증상인 관해를 수년간 보이기도 합니다.
▷원판상 루푸스
주로 피부에만 국한되는 병입니다. 얼굴, 목, 팔다리 등 부위에 발진이 나타나며 전신성 루푸스보다 범위가 넓지 않습니다.
그러나 증상은 심한 편이며, 치료가 잘 되지 않으면 색소침착이나 흉터를 남길 수 있습니다.
환자의 약 10%는 나중에 전신성 루푸스 환자로 발전할 수 있으며, 전신성 루푸스 환자의 10~20%에서는 원판상 피부 변화를 보이기도 합니다.
원판상 루푸스는 전신 증상이 없으며, 다른 신체부위를 침범하지 않을 뿐 아니라 면역학적 이상소견을 보이는 경우가 없어서 항핵항체검사가 음성을 보이거나 낮은 역가를 나타냅니다.
▷약물-유발성 루푸스
약물-유발성 루푸스는 특정한 약을 복용한 후에 발생합니다.
증상은 전신홍반루푸스에서 나타나는 발열, 발진, 관절통과 같은 증상을 보이나, 전신성 루푸스와는 달리 주요 장기 침범은 매우 드뭅니다.
특정한 약으로 제일 많이 관련된 것은 고혈압 치료제인 하이드랄라진(hydralazine)과 부정맥 치료제인 프로카인아마이드(procainamide), 그 외에도 클로르프로마진, 메틸도파 등입니다.
이런 약물을 복용한 환자의 4%에서만 자가항체인 항히스톤 항체(anti-histone antibody)가 만들어집니다. 그중에서도 극히 소수만이 약물-유발성 루푸스로 발전합니다.
하지만 항체나 증상은 이런 약을 끊으면 대부분 없어지게 되며, 최근에는 이러한 약제의 사용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약물-유발성 루푸스 환자의 발생 빈도는 매우 드물며 임상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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