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근치적 치료 1_경동맥 화학색전술(transarterial chemoembolization, TACE)
1) 경동맥 화학색전술이란?
현재 간암으로 진단되는 환자들 중 대략 절반 정도는 수술이나 국소 치료술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없는 여러 개의 종양, 혹은 혈관을 침범한 진행된 종양을 갖고 있거나, 간 기능이 매우 저하되어 있습니다.
이때 가장 흔히 사용되는 치료법이 경동맥 화학색전술입니다. 암세포의 생존과 성장에 필수적인 간동맥을 막아서 암을 치료하는 것입니다.
간은 정상적으로 간동맥(20~30%)과 간문맥(70~80%)으로부터 이중으로 혈액을 공급받습니다. 반면 간암세포는 간동맥에서만 혈류를 공급받습니다.
따라서 간암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간동맥을 막아버리면 정상 간세포는 간문맥으로부터 혈액을 공급받아 생존할 수 있지만, 간암세포는 혈류 부족으로 죽게 됩니다.
경동맥 화학색전술은 종괴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을 찾아서 항암제에다 요오드 성분의 물질인 리피오돌(lipiodol, 지용성 조영제)을 혼합하여 주입하고는 그 혈관을 ‘색전 물질’로 막아 버리는 방법입니다.
여기서 '색전'이란 닫아서 막는다는 뜻입니다. 리피오돌을 혼합하는 까닭은 그것이 과혈관성 종양에 오래 머무르는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색전술은 항암제의 암세포 파괴와 종양에 대한 혈액 공급 차단이라는 2중의 효과를 노리는 치료법입니다.
종양이 크면 색전술로 완전히 괴사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를 근치적 치료법으로 분류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수술로 절제할 수 없는 간암에서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효과는 입증된 표준 치료법입니다.
근치적 치료가 아닌 만큼 한 번 시행하고 끝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대개는 경과를 추적하면서 치료가 미흡했을 때나 간의 다른 부위에 암이 재발했을 때 색전술을 반복하게 되는데, 치료 횟수와 간격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릅니다.
색전술을 이미 시행한 경우라 해도 필요와 여건에 따라 수술이나 고주파 열치료술,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요법 등 다른 치료를 병행할 수 있습니다.
2) 경동맥 화학색전술의 종류
①통상적 경동맥 화학색전술(conventional TACE)
리피오돌(Lipiodol)이라는 기름으로 이루어진 조영제에 항암제를 섞어서 에멀젼(유화)형태를 만들어서 간암의 영양동맥에 충분히 주입한 후, 영양동맥 자체를 색전(혈관을 막는) 물질을 이용하여 완전히 혈류를 차단시키는 방법을 말합니다.
②약물방출 미세구(drug-eluting bead)를 이용한 경동맥 화학색전술(DEB-TACE)
최근에는 수백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입자에 고용량의 항암제를 안정적으로 담을 수 있는 약물방출 미세구를 이용한 경동맥 화학색전술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약물방출 미세구가 종양의 영양동맥을 색전 시키고 미세구에서 고농도의 항암제가 서서히 방출되어, 종양 내 항암제의 농도는 높아지지만 전신 혈류로 빠져나가는 항암제는 크게 감소하여 전신 부작용이 감소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 간암의 국소치료효과 면에서 생존율은 기존의 통상적인 경동맥 화학색전술(conventional TACE)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약물방출 미세구를 이용한 경동맥 화학색전술이 통상적인 경동맥 화학색전술보다 치료 후에 통증이 덜하고 다양한 색전후증후군의 발생 빈도가 낮으며 입원기간도 짧은 경향을 보입니다.
그러므로 고령이나 신체활동이 감소되어있는 환자에서 유리할 수 있습니다.
*색전후증후군: 혈관의 색전, 종양 괴사로 인한 복통, 메스꺼움, 구토, 발열, 식욕부진 등의 증상으로, 다른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보통 보존치료로 수 일 내에 좋아집니다.
③경동맥 방사선색전술
경동맥 방사선색전술은 방사성 동위원소가 포함된 수십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작은 미세구를 간암의 영양동맥으로 주입하여 간암에 고용량의 방사선을 노출시킴으로써 치료하는 체내 방사선 치료입니다.
치료기전은 일반적인 체외 방사선 치료와 같지만, 치료방법은 치료하는 물질을 간암의 영양동맥을 통해 주입한다는 점에서 경동맥 화학색전술(TACE)과 비슷합니다.
국내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는 이트륨-90(Yttrium-90)이며, 순수한 베타선을 방출하고 반감기는 2.67일, 투과력은 평균 2.5mm (최대 11mm)로 환자 곁을 돌보는 가족이나 의료진에게 방사선 피해는 없습니다.
경동맥 화학색전술과 비교했을 때, 종양 파괴 효과는 좀 더 커서 국소 치료 효과에서는 우수하지만, 생존율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통 색전 효과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미미하여 색전후증후군의 발생이 매우 낮아, 고령이나 신체활동이 감소되어있는 환자에서도 커다란 간암을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하는 미세구의 크기가 매우 작으므로 간동맥에서 주입한 미세구가 간암을 지나 폐로 빠져나갈 경우 폐에 방사선이 조사되어 방사선 폐렴이 발생할 수 있으며, 간-폐단락(hepatopulmonary shunt)이 심한 경우 위험이 증가합니다.
그러므로 치료 전 폐로 빠져나가는 방사선량을 미리 확인하기 위해 99mTc-MAA를 이용한 핵의학검사를 시행하게 됩니다.
또한, 해외에서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주문하므로 사전검사 후 1~2주를 기다려야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치료의 준비과정이 복잡할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국내에서 비급여로 매우 비싸다는 가격적인 한계도 있어서 현재 간암 환자의 일부에서 선택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3) 경동맥 화학색전술의 시술 과정
경동맥 화학색전술은 수술실과 유사한 환경에 혈관 조영 장비가 설치되어 있는 혈관 조영실에서 영상의학과 전문의에 의해 시행됩니다.
시술 전 사타구니(서혜부)에 국소 마취를 한 후 대퇴동맥으로 가는 관을 삽입하고 조영제(혈관을 잘 보이게 해주는 약물)를 주입하면서 X-선 투시 영상을 이용해 간암에 혈류를 공급하는 간동맥을 찾고, 삽입한 관을 위치시킵니다.
그 후 삽입된 관을 통해 간암으로 가는 혈관을 막기 위한 색전 물질과 항암제를 동시에 주입합니다.
시술 시간은 간암의 크기와 수, 위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보통 1~2시간 정도 걸리지만 암과 혈관의 분포가 복잡하면 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시술 후 주의 사항
시술이 끝나면 사타구니에 삽입했던 도관을 제거한 후 시술 부위를 10분 정도 압박하여 지혈하게 됩니다. 그 후에는 시술 부위에 모래주머니를 올리고 3~8시간 정도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그동안에는 시술한 쪽 다리를 절대 구부리면 안 됩니다. 시술한 쪽 다리를 구부리면 도관 삽입 부위에서 출혈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시술 횟수
간암이 재발하지 않으면 1회만 시술할 수 있으나, 간암은 재발이 흔하므로 시술을 여러 번 시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개는 2~3개월마다 시술을 받는 경우가 많으나, 암의 크기와 개수,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매우 다양합니다.
외래 진료 및 CT나 MRI 검사를 통한 주기적인 관찰이 필요합니다.
4) 경동맥 화학색전술의 부작용
시술 과정에서 항암제와 혈관을 막는 물질을 주입하면 혈관에 따라 상복부나 어깨, 옆구리 등에 통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술 중 사용하는 조영제에 과민반응(알레르기)을 보이는 경우가 있으며 이로 인해 두드러기, 가려움증, 호흡곤란, 혈압 저하 등이 생길 수 있으나 대개는 적절한 치료로 회복이 가능합니다.
시술 부위에 멍이 들거나 붓는 경우가 있으며 이는 대부분 수일 내에 좋아집니다.
시술 후 암의 괴사로 인해 수일간 식욕부진, 구토, 발열, 복통 등이 지속될 수 있으나, 대개 2~3일이 지나면 회복됩니다.
암이 괴사된 부위에 농양(고름집)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이 경우 상복부 통증, 고열, 오한 등이 생기게 됩니다. 퇴원 후 이러한 증상이 새로 생기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간암 환자는 간경변증이 동반되어 간 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환자에서 시술을 시행한 경우 간 조직이 괴사 되면서 간 기능이 급격히 나빠지는 간부전이 드물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참고:
1)site_간암, 국가암정보센터, 내가 알고 싶은 암
2)소책자_'경동맥 화학색전술, 경동맥 방사선색전술', 대한간암학회, 간암 환자들을 위한 길잡이, 3~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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